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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불편을 씻어내는 디자이너의 관찰력 아모레퍼시픽×서울시립대학교 Shampoo Brush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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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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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불편을 씻어내는 디자이너의 관찰력아모레퍼시픽×서울시립대학교 Shampoo Brush Lab

 


도구 사용법을 알려주는 영상을 재생해 관람객이 제품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 부스 벽면에는 디자이너들이 손글씨로 적은 제품 제작 과정을 부착해 진정성을 드러냈다.
“나의 디자인은 사용자의 관찰로부터 시작된다.” 산업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의 이 말은 디자인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일상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그것을 출발점으로 삼는 것, 디자이너가 놓치지 말아야 할 미덕이다. 이번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선 관찰의 힘이 빛나는 디자인을 만날 수 있었다. 아모레퍼시픽 현업 디자이너와 서울시립대학교가 결성한 프로젝트 팀 ‘amoredo’가 선보인 샴푸 브러시가 그 주인공. 디자인은 ‘쉽고 재미있게 머리를 감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다소 엉뚱하고 흥미로운 질문으로부터 시작했다.

젖은 머리로 매일 아침 출근길에 발걸음을 재촉하는 직장인들은 머리 감기가 국적과 인종을 막론한 모든 이에게 주어진 평생의 숙제임을 방증한다(마치 시시포스의 신화처럼). ‘amoredo’ 팀 역시 제품 개발 초기, 일상의 씻는 행위가 인간의 존엄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들은 머리 감기가 여타 씻는 행위에 비해 여러 움직임과 세밀한 동작이 요구된다는 점에 착안해 개개인이 지닌 신체 조건과 상황을 새로운 시선으로 관찰했다. 어린이의 머리를 감기는 일부터 손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를 포함한 상황까지 우리의 일상 속 다양한 씻기 행위를 상정하고 그에 걸맞은 도구를 개발한 것이다.









라보에이치 샴푸 브러시. 브러시마다 개성을 표현하되 하나의 세트로 인식될 수 있도록 했다.‘amoredo’ 팀은 이 디자인으로 서울디자인 2023에서 기업+영 디자이너 부문 최우수상 (서울시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품 일부에 코코넛을 재활용한 플라스틱을 사용해 지속 가능한 원료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렇게 탄생한 라보에이치의 샴푸 브러시는 손과 팔 사용이 어려운 사용자를 고려한 ‘벽 부착형 대형 브러시’, 아이들이 씻는 과정을 즐길 수 있게 돕는 ‘비눗방울 브러시’, 타인의 머리를 감겨줘야 하는 상황을 고려한 ‘머리 전체를 덮어 사용하는 브러시’ 등 총 8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브러시는 서로 다른 행위를 유발해 다양한 세대와 신체 조건이 서로 다른 모든 이를 아우르기 위해 고안했다. 설명서 없이도 사용법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형태로 디자인했고, 사용자가 브러시를 사용할 때 나타나는 여러 행동 양상이 드러나도록 장식적 요소를 배제했다. 사회적 이슈와 결부된 기획 의도이지만 너무 무겁기보다 친근한 인상으로 다가가고자 했다. 다양한 컬러 조합과 장난감을 연상시키는 비정형적 형태를 앞세운 이유다.

전시 부스에서도 위트가 느껴졌다. ‘샴푸 브러시 랩’을 테마로 머리카락을 연상케 하는 부스 외부의 검은 실커튼과 반짝이는 함석판 재질의 바닥, 시스템 비계로 강렬한 인상을 전했다. 사람을 고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프로젝트인 만큼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연출도 돋보였다. 부스 디자인은 일회성 전시 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폐점 매장의 중고 가구를 재활용했으며, 집기 역시 버려진 물품을 콘셉트에 맞춰 리폼했다. 부스 바닥의 턱을 없애고 동선 폭을 여유롭게 구성하는 등 휠체어나 유아차를 이용하는 관람객도 출입과 체험에 불편함이 없게 했다. 드러나지 않는 작은 배려가 빛났던 대목. 일상에서 반복하는 행위를 통해 사회와 환경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 라보에이치의 이번 전시는 디자인이 지속 가능한 사회를 향한 마중물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했다.

바이라인 : 글 박은영 객원 기자, 최지원 객원 기자 담당 김세음 기자 사진 이우경·이기태 기자


기사원문링크>
https://mdesign.designhouse.co.kr/article/article_view/105/84549?per_page=1&sch_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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