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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송합니다 : 왜 아프리카는 더 이상 여러분의 옷이 필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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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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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송합니다 : 왜 아프리카는 더 이상 여러분의 옷이 필요 없을까요?


글: 사무엘 콰시-이둔

지난 수년간, 제 조국 가나는 소리 없는 전염병, ‘중고 의류’와 씨름하고 있습니다. 코코아 산업의 번영과 풍부한 문화, 맛있는 음식 뒤에서는 이 전염병이 우리의 강을 메우고 우리의 땅을 독성물질로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왜 전염병이라고 부르냐고요? 패스트패션 폐기물이 서구에서 대량으로 수출되기 때문입니다. 

가나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 폐기물 쓰레기장으로 알려졌습니다. 수많은 전자 폐기물이 가나에 버려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특히 유럽과 북미의 부유한 국가들이 계속해서 우리에게 추가적 부담을 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안 입는 옷을 기부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혹시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여러분이 기부한 옷이 여러분의 도시에서 사용될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현실은, 상당수의 중고 옷이 아크라와 같은 아프리카의 도시로 배송된 뒤 벼룩시장에서 흘러넘쳐, 결국 우리의 강과 바다를 질식시키고 해변과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중고 의류는 오랫동안 가나 지역사회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1970년대 탄생한 아크라의 칸타만토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중고 옷 시장 중 하나입니다.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구에서 온 의류 폐기물의 판매와 세탁, 수선 및 업사이클을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패스트패션 산업이 성장하면서 질 나쁜 옷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또한 패스트패션으로 과잉소비가 늘어나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양의 옷이 아프리카에 도달했습니다. 가나에는 매년 152,600톤의 중고 옷이 도착합니다. 현재 가나는 말 그대로 "죽은 백인 옷"이라는 뜻의 오부로니 와우(Oburoni Wawu)로 알려진 중고 의류가 연간 총 152,600톤가량 쏟아지고 있습니다. 매주 1,500만 개 이상 옷과 패션 아이템으로 가득 찬 약 4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100개가 아크라 동쪽에 있는 가나 최대 항구인 테마항에 도착합니다. 이 옷의 약 70%가 칸타만토 시장으로 갑니다.

의류 및 플라스틱 폐기물로 가득한 아크라시의 콜레 호수. 그린피스 아프리카와 독일 사무소의 조사팀은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서 플라스틱 섬유 폐기물의 영향을 분석하고 패스트 패션 산업에서 발생하는 수입 의류 폐기물을 수거하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2023년 10월, 그린피스 아프리카 사무소와 저는 독일 사무소의 동료들과 함께 이런 가나의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간단했습니다. 이 엄청난 양의 의류 폐기물이 지역사회 시민들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또 시민들이 이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이 옷 중 지극히 일부만을 다시 이들의 고향 유럽으로 가져오는 것이었죠.

우리의 여정은 아크라의 가장 큰 임시 거주지인 올드 파다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8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집이자 몸집을 불리고 있는 거대한 쓰레기장이 있는 곳이죠. 옷들은 산처럼 쌓여있었습니다. 냄새는 강력했습니다. 꼭대기에 기어 올라가니, 마치 우리의 과잉소비로 이루어진 산 정상에 서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패션산업이 기후 식민주의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가혹한 현실을 일깨워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칸타만토 시장에서, 우리는 지역 상인들에게 ‘볼라(borla)’라고 불리는, 질이 너무 낮고 기후에 맞지 않거나(특히 플라스틱 재질로 된) 크기나 스타일이 현지 시장에 적합하지 않아 팔 수 없는 옷들을 모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배송 컨테이너에 옮겼습니다.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 위치한 칸타만토 시장의 풍경

좁고 북적이는 시장 골목을 돌아다니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동시에,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우리는 옷들이 운송 도중에 곰팡이가 피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닥에 굴러다니거나 물과 먼지를 닦기 위해 걸레로 사용된 옷들은 피했습니다. 우리는 한 주 만에 20피트 크기의 배송 컨테이너를 채울 만큼 옷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미화 280달러를 내고 구매한 수입 중고 옷 봉투에서 겨우 절반 정도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실망하는 상인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거래 시스템이 얼마나 결함이 많고 뻔뻔하며 악랄한 속임수인지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일단 칸타만토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신뢰가 쌓이고, 우리의 사명과 목표를 이해하고 난 뒤 이들은 커다란 신뢰와 연대를 보내주었습니다. 상인들은 ‘볼라’를 수집해 컨테이너에 모을 수 있도록 시장 전체에 알렸습니다. 힘들지만 아름다운 팀워크와 동료애가 넘치는 작업이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번 작업으로 큰 힘을 얻었고, 서구 국가들이 우리의 가치와 환경을 존중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칸타만토 시장 현지 주민들이 그린피스를 도와 판매되지 않은 중고 의류를 모아 그린피스의 컨테이너에 싣고 있습니다. 컨테이너에 적힌 해시태그 #OOTD는 #Outfit Of The Day(오늘 입은 옷)의 약자로,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트렌드과 과잉소비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패션 송환’의 새로운 물결

이번 여행은 기념비적인 일이었습니다. 한 번 가나로 들어온 옷들은 웬만해서는 다시 반송되지 않기 때문이죠. 현지 공무원들은 미심쩍어했고, 우리 컨테이너가 가나를 떠나 유럽으로 향하기 위해 세관 작업을 진행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독일에 도착했을 때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중고 옷들이 남반구 국가들로 얼마나 쉽게 보내지는지 생각해 보면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마침내, 1월 초 우리는 옷들을 조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의류의 종류, 소재, 의류를 만든 브랜드, 착용할 수 없는 이유를 평가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무게 4.6톤에 달하는 19,000여 벌의 옷들을 조사했습니다. 우리는 적외선 분석을 통해 대부분의 의류가 합성 섬유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가나와 같은 남반구 국가에서는 이미 플라스틱 폐기물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 후, 베를린 패션 위크에 맞춰 그린피스 독일의 액티비스트들이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컨테이너를 가져다 놓고 높이 3.5m, 너비 12m의 의류 폐기물 산을 만들었습니다. 이 혼란을 규제해야 할 패션 사업과 정부에 이들이 만든 위험한 문제를 책임지라고 요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린피스의 액티비스트들이 베를린 패션위크 시작에 맞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높이 약 3.5m, 폭 약 12m의 의류 폐기물을 산처럼 쌓아놓고 패스트패션 산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현수막에는 "패스트패션- 옷이 쓰레기를 만든다"고 적혀있습니다. 사용된 의류는 가나 아크라의 칸타만토 시장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아프리카는 여러분의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서구의 패스트패션 중독이 가져온 오염에 대한 부담과 책임은 가나 사람들이나 다른 남반구 국가들에 지워져서는 안 됩니다. 중고 옷과 독성 폐기물은 가나의 시민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보내지고 있습니다. 북반구 국가들의 문제를 편리하게 해결하기 위해 폐기물을 적절한 기반 시설이 없는 곳으로 수출하는 것은 새로운 폐기물 식민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패스트패션이 가나에 미치는 영향은 하나의 측면에 불과합니다. 대형 브랜드들은 패스트패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과 자원을 낭비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오염과 온실가스 배출 및 공급망 착취는 남반구의 다른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패스트패션의 파괴적인 사업 모델을 막기 위해 규제가 필요합니다. 그린피스는 유럽의 정부들과 EU, UN/UNEA에 생산자의 책임 확대를 통해 기업이 자사 제품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오염자가 피해 비용을 지불”하도록 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모두 수선하고, 재사용하고, 공유하고, 업사이클링하고, 더 나은 품질의 옷을 선택함으로써 패스트 패션에 맞서 싸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플라스틱 합성 섬유로 만든 패스트패션을 소비하지 말고, 대형 브랜드의 그린워싱에 맞서주세요.

이제 우리 눈앞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는 가나의 재난을 멈춰야 합니다. 넘쳐흐르는 옷들은 마구잡이로 버려지고, 해변과 바다까지 흘러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패스트 패션 대신 지속가능한 패션을 지지하고, 홍보하며, 아프리카는 물론 우리 모두의 소중한 환경을 파괴하는 패션 산업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사무엘 콰시-이둔은 그린피스 아프리카 사무소의 뉴스 조사 담당자입니다.

기사원문링크>
https://www.greenpeace.org/korea/update/30246/blog-health-return-to-sender-af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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