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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처음 입는 광복’ 캠페인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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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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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처음 입는 광복’ 캠페인 제작기

AI로 복원한 87인의 한복 입은 독립운동가를 만나다. ‘처음 입는 광복’ 캠페인의 전체 기획을 담당한 빙그레 광고기획팀 전혜성 프로를 인터뷰했다.

 
‘처음 입는 광복’ 캠페인 키 비주얼

지난해 학생 독립운동가 94명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하는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 캠페인 영상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역시’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광복절을 앞두고 지난 8월 1일 빙그레가 ‘처음 입는 광복’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 죄수복을 입고 옥중에서 순국한 독립운동가의 마지막 사진을 AI로 복원하고 새롭게 지은 한복을 입혀 영웅의 모습으로 바꾼 캠페인이다. 공개 보름 만에 캠페인 영상의 조회수는 350만을 넘겼고, 영상 댓글과 SNS에서 칭찬 일색이다. 가장 발전된 현대의 기술로 과거와 현재를 잇고 새로운 의미와 감상을 불러일으킨 이 캠페인은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처음 입는 광복’ 캠페인의 전체 기획을 담당한 전혜성 프로의 이야기를 들었다.

Interview

전혜성 빙그레 광고기획팀

‘처음 입는 광복’ 온라인 사진전 웹사이트 화면

한복으로 전달하는 광복

 

2019년부터 독립운동가에 관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어요. 매년 의미 있는 캠페인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캠페인은 아이디어 기획은 물론, 실제 자료조사부터 후손분들과의 연락, 역사 고증 작업 등을 진행하다 보니 긴 시간의 준비 과정이 필요해요. 특히 독립운동가분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하는 만큼 혹여 실수나 잘못된 부분이 있지는 않을지 많은 검토를 하죠. ‘처음 입는 광복’은 작년 말에 캠페인 기획에 돌입하고 연초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해 약 8~10개월 만에 공개되었습니다.

빙그레 독립유공자 캠페인 히스토리
빙그레가 독립운동과 관련된 캠페인을 진행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빙그레’라는 사명이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빙그레 사상’의 정신을 담은 만큼 빙그레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이를 만들어온 위대한 선조들의 노력에 감사를 전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현시대와 후대에도 그 뜻을 기리고 이어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2011년 빙그레공익재단을 설립해 독립운동, 국가유공자 후손 장학사업, 독립·애국지사 도서 보급사업 등의 사회공헌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처음 입는 광복’ 캠페인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렸나요?

앞서 질문 주신 것처럼 빙그레에서는 2019년도부터 지속적으로 독립유공자 후원사업을 시행했는데, 지난해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이 많은 분의 관심을 받아서 그 결을 잇기로 했어요. 평소 생각하지 못한 독립운동가분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분들께 저희의 감사한 마음을 최대한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이번에는 캠페인의 대의적 의미를 좀 더 확장하고자 고민했습니다.

그러면서 공훈록에 마지막 모습이 죄수복 차림으로 남아있는, 옥중에서 순국한 독립운동가분들을 알게 됐어요.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죄수복을 입고, 슬픔과 설움에 가득 찬 표정으로 생을 마감하신 사실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심지어 광복 바로 전날 돌아가신 분도 계셨어요. 한 명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 주신 영웅분들께 죄수복이 아닌 영웅에 걸맞은 옷을 선물해드리는 것이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강석대 선생의 사진 변경 전과 후
‘처음 입는 광복’이라는 캠페인명은 쉽게 결정됐나요? 한복과 광복이 함께 읽히는 좋은 문구 같아요.

초기 캠페인명은 ‘100년만의 출옥’이었어요.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문구지만 자극적이어서 진정성이 떨어져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에 정한 캠페인명 ‘처음 입는 광복’은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 것이 맞습니다. 옥중 순국 독립운동가분들이 그토록 바랐지만 보지 못한 독립을 뜻하기도 하고, ‘옷 복(服)’ 자를 써서 저희가 만든 한복을 뜻하기도 해요. 그래서 ‘빛나는 옷을 입혀드린다’는 곧 ‘옷으로써 독립을 전해드린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캠페인을 구체화하면서는 어떤 부분에 집중했나요?

빙그레의 사회공헌 캠페인이지만 브랜드 노출을 최소화하고 옥중 순국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내용만을 담기 위해 노력했어요. 특히,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부터 후손분들께 사진 활용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과정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준비했습니다. ‘기억을 다루는 캠페인’인 만큼 사실과 다른 부분은 없을지, 만약 저희가 만드는 이 캠페인을 독립운동가분들과 후손분들이 보신다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기획부터 송출까지 진정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캠페인을 구체화해 나갔어요.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의미하는 세 가지 색
한복 제작은 김혜순 한복 디자이너와 함께했어요.

김혜순 명장님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한복 패션쇼를 연 분이고, 40년 넘는 긴 세월 동안 한복을 연구하고 만들어온 한복 전문가이시죠. 처음 뵈었을 때 명장님께서 “옷은 그 사람을 이야기하는 수단이기에 독립운동가분들이 살아 계셨다면 입으셨을 멋진 옷을 선물해드리고 싶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한복에 조예가 깊은 명장님께서 독립운동가분들의 정신과 광복의 의미를 담아 멋진 한복을 지어주실 것으로 생각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한복 디자인과 관련해 특별히 요청한 것이 있나요?

독립운동가분들이 광복을 맞이하셨다면 입으셨을 한복이기에 그 시대 디자인을 반영하고자 했고, 나라를 위한 희생정신(소목빛),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지니고 계셨던 절개(쪽빛), 독립에 대한 희망(치자빛)과 같이 독립운동가분들의 정신을 의미하는 색을 사용해 기개를 표현하기로 했어요. 또 대한민국의 영웅이시기에 감사한 마음이 온전히 담길 수 있도록 귀한 원단을 사용해 주십사 부탁드렸습니다. 김혜순 명장님도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셔서 실제 옷으로 잘 구현해주셨어요.

 

AI 기술을 통해 새롭게 마주한 독립운동가

87인의 독립운동가분들의 사진을 복원하고 한복을 입혀드리는 과정이 궁금해요.

공훈전사자료관과 일제 주요감시대상 인물카드에 남아 있는 죄수복 사진의 경우 수형사진을 촬영한 시기와 장소가 모두 다르고 빛바랜 사진이 많아 식별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AI 기술을 통해 얼굴을 온전하게 복원하고, 죄수복을 입은 모습에서 한복을 입은 모습으로 바꾸어 드릴 수 있었어요.

캠페인 영상 내에 독립운동가분들이 한복을 입고 등장하는 장면의 경우, 독립운동가분들의 신체 사이즈와 얼굴 생김새가 비슷한 모델이 미소 지으며 당당하게 걸어오는 모습을 먼저 촬영하고 그 위에 AI 딥러닝 기반의 딥페이크 기술로 독립운동가분들의 모습으로 구현했어요.

또 실제로 광복을 맞이하셨다면, 그리고 저희가 준비한 이 한복을 입으셨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면서 자연스럽게 구현하기 위해 옷고름, 소매 길이, 걸음걸이, 햇빛에 비치는 색감, 바람에 따라 한복이 흩날리는 모습 등 세세한 부분까지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독립운동가분마다 다르게 매치한 한복 색상은 어떻게 정했나요?

김혜순 명장님과 논의를 통해서 독립운동가분들께 가장 잘 어울리는 한복 조합을 고려해 각각 다르게 복원했어요.

현대의 기술로 과거의 인물을 현재에 불러옴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요?

단순히 과거 사진을 있는 그대로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적 사실을 고려해 독립운동가분들의 ‘온전한 얼굴’을 되살리고자 했습니다. 조용하(1882-1937) 지사가 대표적인데요. 조용하 지사는 1905년 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되자 베이징으로 망명하여 항일 독립운동에 투신했습니다. 1932년 체포됐고, 1933년 징역을 선고받았어요. 일제 주요감시대상 인물카드에 있는 조용하 지사의 얼굴에는 검은 점이 가득해요. 지사님은 일제 법정에 서게 되자 “대한사람으로 왜인 판사 앞에 서는 것이 하늘에 부끄럽다”며 스스로 먹물을 얼굴에 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지사님의 얼굴을 뒤덮은 먹물을 지워내고 깨끗한 얼굴로 복원했어요.



캠페인 영상 밖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캠페인 영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한복을 입은 독립운동가분들의 사진을 후손들에게, 실제 한복을 독립운동가 6분께 전해드리는 일은 어떠했는지도 궁금해요.

진행 과정에서는 독립운동가 후손분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경험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어요. 독립운동가 강석대 지사님의 후손 강정교 선생님은 “할아버지가 옥중 순국하고 나니 끈 떨어진 연이 된 기분”이라며 눈물을 훔치셨어요. 이원록(이육사) 지사님의 후손 이옥비 선생님은 죄수복 차림의 이원록 지사님의 사진이 걸린 묘소 앞에서 조용히 기도하고 잡초를 뽑으셨습니다. 후손분들의 한스러운 감정이 온전히 느껴져 저 또한 울컥한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어요. 신채호 선생님의 후손 신정윤 님으로부터 “할아버지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며 고마움의 인사를 전달받았을 때, 이 캠페인을 기획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사실 촬영 기간 동안 몇 시간 못 자면서 진행하느라 많이 힘들었는데, 후손분들 한 분 한 분 모두 따뜻하게 웃으면서 맞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온라인 사진전을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웅들을 광복을 입은 모습으로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많은 사람에게 보일 수 있도록 전광판 및 온라인 사진전을 기획했고, 공훈록의 사진도 교체될 수 있도록 국가보훈부와 협의했어요.

마음 같아서는 복원한 여든일곱 분 모두 캠페인 영상으로 담아내고 싶었지만, 길이의 한계로 그렇게 하지 못했기에 사진전을 통해서 보여드리고 싶었죠. 또 각 독립운동가분의 공훈 내용을 함께 기재해 사진전을 찾아온 분들이 그 당시 독립운동의 기록과 역사도 함께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처음 입는 광복’ 캠페인 영상 화면 캡처
사진전 방명록에 실명과 함께 독립운동가분들과 캠페인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분들이 많아서 놀랐어요. 뜻깊은 캠페인을 담당한 소회가 궁금합니다.

이렇게 큰 관심과 사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기획 당시에는 최소한 독립운동가분들께 실례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조명받지 못했던 독립운동가분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도였죠. 그런데 예상과 달리 주변 분들에게도 의미가 있는 캠페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어 감사한 마음이 너무 커요. 사실 지금의 화제성이나 반응들이 놀랍고 잘 체감되지는 않지만, 가끔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캠페인 영상의 댓글을 읽으면서 오히려 제가 감동을 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이런 캠페인은 계속 이어지나요?

빙그레는 계속해서 독립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모든 분을 기억하고, 존경과 예우를 다할 수 있는 활동을 기획하기 위해 늘 고심할 거예요. 이번 캠페인을 통해 개인적으로는 다시 한번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어요. 추후 교과서 등에도 저희가 복원한 사진이 적용되어 학생들이 독립운동가분들을 영웅의 모습으로 배우고 기억하길 바랍니다. 많은 분이 광복절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나라를 지켜내주신 독립운동가분들의 뜻을 기억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자료 제공 및 협조 빙그레, ‘처음 입는 광복’ 온라인 사진전


김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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