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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포용적 미술관: 디자인을 통한 포용성(Inclusive through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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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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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포용적 미술관: 디자인을 통한 포용성(Inclusive through design)

 

오늘날 현대 사회는 환경, 경제, 사회적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그로 인해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환경 보호를 넘어 미래 세대와 조화를 이루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가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미술관과 박물관은 단순히 예술과 역사를 보존하고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교육과 실천의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환경 보호, 자원 절약, 재생 가능 에너지 등 지속가능성과 연관된 주제를 다룬 교육 프로그램과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문제 의식을 환기시키고 공감을 이끌어낸다.

 

모두를 위한 포용적 미술관
공공성을 지닌 공간은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장소여야 한다. 특히 배리어프리 설계를 통해 물리적 접근성을 개선하고, 소외 계층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제약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포용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더 나아가, 다양한 사용자에게 접근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재료와 공정을 활용해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것도 필수적인 요소로 강조되고 있다.
모두를 위한 포용적 미술관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포용적 디자인의 원칙을 바탕으로 물리적 접근성, 정보 제공의 강화, 감각적 경험의 확대, 그리고 디지털 기술 활용과 같은 다양한 노력이 종합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물리적 접근성 강화
포용적 디자인(Inclusive Design)은 물리적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건물의 구조적 제약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지만, 출입구, 계단, 엘리베이터, 화장실, 주차 공간 등 작은 변화부터 시작할 수 있다. 장애인의 이동 편의성을 평가하고 전문가와 협력해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곳의 장애물을 제거하여 이동이 원활하도록 베리어프리 경로 (Barrier-Free Pathways)를 설계해 휠체어, 보행 보조기, 유모차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을 고려하고, 경사로, 넓은 통로, 적절한 문 폭 등 직관적이고 명확한 동선을 제공하는 것도 핵심이다.

대표적으로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의 확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6년에 개장된 블라바트릭 빌딩(Blavatnik Building)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건물에 들어 선 휠체어 사용자가 처음 느끼게 되는 감정은 '환대'라고 한다. 장애를 지닌 외부인으로서 불편을 감수하며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와야 할 곳에 정당하게 와서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시설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건물의 모든 방은 휠체어로 접근할 수 있으며, 장애인 전용 문으로 우회할 필요가 없이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출입구를 사용할 수 있다. 책상과 소파의 높이, 콘센트의 위치, 옷걸이의 높이, 자동문 버튼의 위치 등 모든 세부 사항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비장애인에게는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간과된다면 장애인들에게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맞서야 하는 '불편함'이 된다. 


2016년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의 확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장된 블라바트릭 빌딩(Blavatnik Building)
출처: https://www.alexuptonphotography.com/tate-modern-switch-house/11

이해하기 쉬운 정보 전달

모든 관람객이 작품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쉽게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요 국내외 미술관과 박물관에서는 작품 옆 QR코드를 통해 수어 통역과 음성 설명 가이드를 제공하여 시각장애인에게 주요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서울시립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경기도미술관 등은 ‘쉬운 글 해설’ 을 통해 전시 서문과 캡션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풀어 써서 전시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보다 쉽게 전달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생성형 AI기술을 접목한 실시간 다국어 문자통역 시스템은 언어 장벽을 허물며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지원한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촉각 체험 공간과 점자 안내판, 정보 약자를 위한 이해하기 쉬운 안내서 자료 제공 ©소소한 소통

감각적 경험의 확장
시각 정보에 의존하기 어려운 관람객을 위해 촉각이나 청각을 활용한 새로운 관람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대구 간송미술관은 모두를 위한 쉬운 정보를 만들어가는 사회적 기업 '소소한 소통'과 함께 점자 책자와 점형도를 제공하여 시각장애인들이 작품의 형태를 손끝으로 느끼고 감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대구 간송미술관과 소소한 소통의 협업으로 만들어 낸 '촉감으로 읽는 쉬운 전시' 책자로, 
시각 약자들에게 점자 책자와 점형도를 제공하여 손끝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소소한 소통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The Prado National Museum)에서는 일찍이 ‘Touching the Prado’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인을 위한 촉감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교한 3D 스캐닝 기술과 페인팅 방법을 통해 복제품을 만들고 각 레이어마다 감촉의 변화를 주어 작품의 질감과 형태를 표현했다. 여기에 점자와 음성 가이드를 추가하여 시각장애인들이 작품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폭넓은 문화적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촉감 체험을 지원하는 ‘Touching the Prado’ 프로젝트 
출처: https://www.museodelprado.es (프라도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국립중앙박물관의 ‘공간 오감’ 프로그램 역시 이러한 포용적 접근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촉각, 청각, 후각을 활용한 다감각 학습 경험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문화유산을 경험하고 소통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개별 장애 특성에 맞춘 공간 설계를 통해 포괄적 교육과 맞춤형 전시 체험이 가능해지며, 물리적 제약을 넘어선 보다 포괄적인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 이처럼 다양한 사례들은 ‘모두를 위한 포용적 미술관’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고자 하는 공통된 지향점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누구나 예술과 문화를 평등하게 경험하며, 다양한 감각을 통해 작품과 보다 깊이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만져볼 수 있는 체험 부스
 출처: https://www.museum.go.kr/site/main/content/ogam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공간 오감'에서는 손끝으로 작품의 재료를 만져볼 수 있고 실물 크기의 작품을 통해 보다 더 자세하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조성해 놓았다.   

출처: https://www.museum.go.kr/site/main/content/ogam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디지털 기술의 활용
​물리적 방문이 어려운 관람객을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웹사이트의 텍스트 대비를 높이고, 화면 낭독기 기능을 강화하여 시각장애인들도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리움미술관은 모바일 앱을 적극 활용하여 작품 설명, 오디오 가이드, 전시 해설을 제공하며, 사용자 인터페이스 접근성을 높였다. 이 외에도 VR, AR, 인터랙티브 등 미디어를 활용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전시를 통해 물리적 자원 소비를 줄이며 지속가능성과 접근성을 동시에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UWB(Ultra Wide Band) 기술이 탑재된 리움미술관 3세대 버전의 디지털 가이드 ©Leeum

포용적 미술관은 단순히 장애인을 위한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신체적·정신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관람객이 예술과 문화를 동등하게 경험하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피드백을 반영하며, 지속적인 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결국, ‘모두를 위한 진정성 있는 미술관’ 은 지속가능성과 포용성을 기반으로, 누구나 예술을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열린 문화 공간이어야 한다.

류인혜(국내)
inhye.ryu@samsung.com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실내디자인 석사 졸업
숙명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실내디자인 졸업
(현)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책임


기사원문링크>
https://www.designdb.com/?menuno=1432&bbsno=1612&siteno=15&act=view&ztag=rO0ABXQAOTxjYWxsIHR5cGU9ImJvYXJkIiBubz0iOTkwIiBza2luPSJwaG90b19iYnNfMjAxOSI%2BPC9jYWxsPg%3D%3D#gsc.ta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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