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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 들어설 땅이 없는 싱가포르에서는 식량 안보가 국가적 화두이다. 코로나 때, 음식 사재기로 슈퍼마켓의 농산물 코너가 텅 비어 있을 때의 불안함을 아직 기억한다. 국경이 닫히고, 전 세계의 농작물을 입맛대로 수입하는 것이 한참 어려워졌다. 영토의 단 1%만 농경에 활용하던 싱가포르에 각성이 일어나고, 공공시설, 학교 건물, 주차장 등 옥상마다 식용 정원Edible Garden을 적극 조성했다. 하지만, 여전히 농산물 소비량의 10%만 자급할 수 있을 정도로, 변화가 미미하다. 한정된 영토에서 어떻게든 경작지를 확보해보려는 싱가포르는 ‘30 by 30 식량 지속가능성 목표(2030년까지 국내 농산물 필요량의 30%를 생산한다.)’를 세우고, 싱가포르의 주공아파트 격인 HDB에 농작물 소량 생산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할 방안을 실험 중이다. 이른 바, 벼 삼모작이 가능한 아파트 수직 농장(Vertical Food Stage)이다.
아파트 수직 농장은 옥상에 모인 빗물을 지하 수분 저장탱크로 모아, 농작물 생장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를 배합한다. 일반적인 논에는 물이 항상 가득하지만, 싱가포르처럼 아열대 환경에서는 고인 물에 모기를 포함한 해충이 빠르게 번식한다. 따라서, 벼 생장에 필요한 최소/최적량의 물을 땅에 고이지 않게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이 방법으로 논을 유지하면, 일반 논을 유지할 때보다, 물 사용량을 70%나 줄일 수 있다.
다른 품종마다 성공적인 수확량을 확보하고, 병충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물의 양과 영양소가 다르기에, 클라우드 기술로 모니터링하며 최적의 비율을 찾는다. 이 모든 과정에 활용되는 에너지는 태양광 발전으로 발생시킨다.
수확 작업은 로봇(robotic arm 또는 cobot)을 활용하지만, 농업에 대한 기본 지식을 배우고자 하는 어린이, 청소년이나, 소일 거리를 원하는 지역 어르신들을 동참시켜 마을 공동체를 활성화시킬 수도 있다. 아파트 수직농장 모델은 앞으로 스무 개 유닛으로 추가 확장할 예정이고, 택배물 자율픽업 창고 시스템처럼, 식용작물을 소비자가 마을 어귀에서 자율적으로 직접 수확하는 모델도 구상 중이라고 한다.
싱가포르에서는 농산물은 슈퍼마켓에서 매대에서만 구할 수 있다는 도시민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슈퍼마켓 앞에는 샐러드용 채소 수경재배 코너를 세워둔 것을 자주 본다. 아파트 통로마다 로봇이 움직이는 수직 농장에서 농산물이 자라나는 도시 속 농촌은 싱가포르의 영토가 좁아서 만들어 낸 대안이지만, 농촌과 도시가 이원화되고 각종 사회 문제가 발생되는 원인이 되는 요즘에, 어쩌면 식량 보안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사회적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아파트 복도에서 정말로 쌀을 한 해에 세 번이나 수확할 수 있다는 것이 혁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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