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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소비의 부상

  • Date

    20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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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소비의 부상

 

지금까지 시장을 주도해온 이들은 활발하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자신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외향적인 소비자들이었다. 이들은 강한 소비력을 바탕으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주체로 여겨졌다. 반면, 내향적인 이들은 오랫동안 비주류에 머물렀다. 소극적인 소비 성향 탓에 시장을 이끌 주요 타깃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사회를 조성하는 분위기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 앨리슨 슈레거 블룸버그 칼럼 

 

최근에는 내향적인 소비가 점차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의 시작을 알린 것은 2024년 1월에 블룸버그에 실린 칼럼인 '내향적인 사람들이 미국 경제를 장악했다(The Introverts Have Taken Over the US Economy)'였다. 경제학자 앨리슨 슈레거(Allison Schrager)는 이 글에서 팬데믹을 계기로 많은 미국인들이 외출보다는 집에 머무는 삶을 선호하게 되었음을 지적한다. 물론 제목처럼 내향적인 이들이 미국 경제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적어도 '내향성 경제(Introvert Economy)'라는 새로운 흐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리기에는 충분했다.


ⓒ 교보문고 

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4290726

트렌드 분석가이자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인 김용섭은 저서 『라이프 트렌드 2025: 조용한 사람들』에서 내향적인 소비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조용함(Quiet & Silent)'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메가 트렌드다. 그는 앞서 언급된 앨리슨 슈레거의 칼럼을 예로 들며, 타인과의 관계 유지를 위한 활동보다 자신에게 맞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이 확연히 늘어났다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요즘 사람들은 외식보다는 배달 음식을 더 자주 이용하고, 회식은 꺼리지만 혼술은 즐기는 경향이 뚜렷하다. 직접적인 만남보다는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선호하고, 그와 더불어 넷플릭스·쿠팡플레이와 같은 OTT 플랫폼에도 많은 시간을 쏟는다. 오프라인 활동보다 온라인 게임·온라인 쇼핑·웹툰 등 디지털 공간에서의 활동이 훨씬 활발하다. 사람과의 소통보다는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에서 위안을 얻고, 이에 대한 소비도 아끼지 않는다. 반려로봇 역시 곧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봤다. 또한 외부 관계보다 자신을 가꾸는 자기 관리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 WGSN 사이트 

 

최근 글로벌 트렌드 예측 기관인 WGSN이 2025년을 이끌 8대 핵심 트렌드를 발표했다. 이들이 공개한 키워드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나온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총 8개의 트렌드가 선정되었으며, 이 트렌드들은 뷰티·패션·테크·스포츠·아웃도어·라이프스타일 분야를 이끌 것이라고 한다. 그중에서 눈여겨 볼 만한 트렌드는 '치유적 게으름(Therapeutic Laziness)'과 'AI 동반자(AI Companionship)'이다. 

'치유적 게으름'은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통해 회복과 위안을 얻는 방식의 삶을 반영하며, 'AI 동반자'는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상징한다. 이는 앞으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 요소가 개인적인 휴식과 고요한 시간을 중심으로 한 활동이며, 혼자 있는 시간에도 외로움을 덜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인공지능과 소셜 로봇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 pexels.com/ko-kr/photo/apple-magic-mouse-392018/ 

 

내향적인 소비의 증가는 팬데믹을 계기로 시작되었으며, 엔데믹 시기를 맞은 지금까지도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여러 사람과 협업하지 않더라도 그에 못지않은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재택근무, 1인 사업 등이 활발해졌고, 사람들과의 소통 능력보다 문제를 분석적이고 체계적으로 해결하는 역량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내향적인 성향을 지닌 이들이 사회적 인정을 받으며 시장을 주도하게 된 것이다. 이는 곧 사회 분위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 stockcake.com/i/city-noise-overwhelm_1163449_781950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국제적인 갈등은 물론, 일상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는 사람들의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매일같이 갈등을 유발하는 논쟁이 벌어지고, 소셜미디어를 켜면 나보다 더 멋지고 화려한 삶을 보여주는 사람들의 피드가 경쟁적으로 올라온다. 이처럼 시끄럽고 불안한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었다. 밖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 집에서 조용히 머무는 것을 선택하고, 소셜미디어에 인증 사진을 올리는 화려한 여행보다는 디지털 디톡스를 추구하는 여행을 즐긴다. 명상이나 멍 때리기처럼 마음을 비우는 활동이 주목받고, 화려한 명품보다 자신의 만족을 위한 고품질의 제품을 찾으며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를 추구한다. 

이 밖에도 '드뮤어(Demure)', '조용한 사직', '조용한 휴가' 등 최근 주목받는 트렌드를 보면, 활달하고 외향적인 분위기보다 차분하고 조용한 삶이 더욱 선호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용한 취미로 여겨지던 독서 역시 '텍스트힙' 열풍에 힘입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를 통해 내향적 소비와 조용한 일상에 대한 선호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pexels.com/ko-kr/photo/16217779/ 

 

이처럼 조용함을 추구하는 흐름은 단순히 일시적인 기호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문화적·심리적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는 활달하고 외향적인 성향이 사회적 성공을 이룰 수 있는 요소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내면의 안정과 균형을 중시하고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내향적 성향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 변화는 소비 성향은 물론, 일과 인간관계를 대하는 태도, 나아가 삶의 기준까지도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내향성 경제와 조용한 트렌드는 현대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또 다른 전략일 수 있다. 끊임없는 변화와 경쟁, 불확실성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현명한 선택인 것이다.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이 표현하기 보다 더 깊이 있게 경험하고 더 조용히 지속할 수 있는 방식이야말로 앞으로의 시대에 더 큰 가치를 지닐 것이다. 내향적이고 조용한 라이프스타일은 소극적인 태도가 아닌 능동적인 선택이자, 다가올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방법이 될 듯 보인다.

https://www.designdb.com/?menuno=1432&bbsno=1634&siteno=15&act=view&ztag=rO0ABXQAOTxjYWxsIHR5cGU9ImJvYXJkIiBubz0iOTkwIiBza2luPSJwaG90b19iYnNfMjAxOSI%2BPC9jYWxsPg%3D%3D#gsc.tab=0

<참고 자료>

The Introverts Have Taken Over the US Economy

https://www.bloomberg.com/opinion/articles/2024-01-22/the-introverts-have-taken-over-the-us-economy

Discover the Top Trends for 2025 and Beyond

https://www.wgsn.com/en/blogs/discover-top-trends-2025-and-beyond

기사원문링크>
https://www.designdb.com/?menuno=1432&bbsno=1634&siteno=15&act=view&ztag=rO0ABXQAOTxjYWxsIHR5cGU9ImJvYXJkIiBubz0iOTkwIiBza2luPSJwaG90b19iYnNfMjAxOSI%2BPC9jYWxsPg%3D%3D#gsc.ta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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