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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오사카 엑스포의 하이라이트, ‘시그니처 파빌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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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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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오사카 엑스포의 하이라이트, ‘시그니처 파빌리온’

 

미래를 디자인하는 '시그니처 파빌리온[Signature Pavilion]’ _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2025년 4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오사카 유메시마에서 개최 중인 오사카·간사이 엑스포가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의 디자인(Designing Future Society for Our Lives)'이라는 주제로 150개국과 25개 국제기구의 참여 속에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예부터 일본에서는 살아있는 생물을 의미하는 ‘이키모노’뿐 아니라 ‘길가의 돌’에도 ‘생명’이 깃들어 있다고 여겼다. 이번 엑스포는 확장된 개념으로서의 일본 전통적 생명관이 현대 기술과 만나 ‘살아있는 실험장(People's Living Lab)’으로서 미래 사회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장이다.

엑스포의 메인 콘텐츠인 '시그니처 파빌리온'은 행사장 중앙에 위치한 8개의 특별 전시관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프로듀서들과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오치아이 요이치, 고야마 쿤도, 가와세 나오미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이끄는 이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테마를 축으로 ‘미래 사회상’을 형상화한 공간으로 건축과 사상, 기술과 감성의 융합을 보여준다. 각 파빌리온은 저마다의 언어로 방문객과 소통한다. 어떤 건물은 침묵하고, 어떤 건물은 노래한다. 어떤 건물은 움직이는 듯하고, 어떤 건물은 고요하다. 표현하는 건축 언어가 모두 다르지만, 모두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라는 공통 주제 아래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의 발전, 사회의 양극화, Society 5.0으로 대표되는 현실과 가상의 융합 시대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생명의 가치'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전시관 내부에 있지 않다. 파빌리온을 관람하는 방문객 각자에게 있다. 소위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이 해석한 것들을 경험하며, 그 소수의 전문가보다 더 방대한 사회를 구성해 나가는 방문객들이 각자의 삶의 좌표에서 그 질문을 연장시켜 미래를 구성해 나갈것임을 기대해 본다.

 

[ 시그니처 파빌리온 리스트 ]

● Better Co-Being

● 생명의 미래

● 생명의 놀이터 해파리관

● null2

● 생명의 동적평형관

● 생명을 둘러싼 모험

● EARTH MART

● Dialogue Theater - 생명의 증거 -

 

 

본고에서는 위 8개의 시그니처 파빌리온 중 ‘Better Co-Being’과 ‘null2 ’를 소개하겠다.

 


 

1. 숲과 하나되는 열린 건축_ 〈Better Co-Being〉

2025 오사카 엑스포의 시그니처 파빌리온 중 하나인 〈Better Co-Being〉은 숲과 건축의 경계를 허물며 방문객의 오감을 일깨운다. “생명을 공명시키다(いのちを響き合わせる)”는 주제 아래, 기획자 미야타 히로아키(慶應義塾大学 의학부 교수)와 건축 그룹 SANAA는 물리적 구조보다 감각적 흐름에 주목하는 공간을 제안한다. 이 파빌리온은 엑스포 회장의 중심부 ‘고요한 숲’ 속에 배치되어 있으며, 외형적 구획 없이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간다. 건축은 지붕도, 벽도 없다.  대신 높이 11미터의 공간에 은빛 금속 그리드 캐노피가 구름처럼 떠 있고, 가는 기둥들만이 이를 지탱한다. 바람과 비, 빛이 그대로 드나드는 이 공간은 시간에 따라 반응하며, 고정된 건축보다는 살아 있는 유기체에 가깝게 느껴진다. 

관람객들은 입구에서 소규모 그룹을 이루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계’, ‘사람과 미래’를 주제로 한 세 개의 시퀀스를 따라 이동한다. 그 여정 속에는 안개, 빛, 비, 바람과 같은 자연의 현상이 설치물처럼 등장하고, 관람자는 이를 통해 감상자의 감각을 일깨운다. 〈Better Co-Being〉은 건축적 조형이 아닌 ‘경험의 무대장치’로 작동한다. 이 여정은 기존 전시 방식처럼 정보를 제공하거나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감각을 되찾고, 연결의 의미를 스스로 발견하는 흐름이다. 땅 속에 설치된 미스트 장치는 땅에서부터 안개를 뿜어내고, 시간대와 날씨에 따라 빛이 궤적을 바꾸며,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풍경은 끊임없이 변한다. 특히, 날씨와 빛의 조건이 맞물릴 때, 이 파빌리온 위로 실제 무지개가 떠오른다. 이는 인위적 연출이 아닌, 공간 구조가 남긴 가능성 위에 자연이 응답한 결과다. 건축은 이곳에서 형태가 아니라 경험의 리듬으로 존재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또 다른 초점은 생태계의 회복이다. 디자인팀은 파빌리온을 둘러썬 숲의 재생 작업을 함께 진행했다. 말라가던 나무를 다시 심고, 인간 중심이 아닌 생태계의 순환을 고려한 설계는 조형적 미학을 넘어 살아있는 상태적 접근을 드러낸다. 

〈Better Co-Being〉은 디지털 시대에 더욱 귀해진 ‘실제 경험’의 가치를 되묻는다. 건축은 이곳에서 구조의 완성도를 말하는 언어가 아니라 감각을 회복시키고, 존재의 공명을 이끄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그리고 관람자에게 묻는다. 생명이 함께 공명할 수 있는 공간이란.

 



2. 거울 속, 나 아닌 나 _ 〈null²〉

〈null²〉는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의 시그니처 파빌리온 중 하나로, 오치아이가 기획하고 건축 유닛 NOIZ가 설계를 맡았다. 외형은 거대한 거울 큐브들이 조합된 듯한 구조로, 표면은 반사성과 유연성을 지닌 신소재 ‘미러 필름’으로 덮여 있다. 이 필름은 내장된 로봇 암에 의해 표면이 밀리고 당겨지며, 미러 필름에 반사된 외부 풍경은 유동적이고 일그러진 이미지로 변화한다. 때로는 조각처럼 보이고, 때로는 흐르는 물결처럼 보인다.

‘무(null)에서 모든 것이 태어나고, 모든 것은 다시 무(null)로 돌아간다.’

미디어 아티스트 오치아이 요이치는 〈null²(누루누루[ヌルヌル]:일본어식 발음)〉라는 이름에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수학과 컴퓨팅에서 'null'은 비어 있음을 의미하지만, 여기서 그가 말하는 ‘무’는 단순한 부재가 아니라 규정되지 않은 가능성의 상태이자, 자아와 세계가 흐려지는 지점을 가리긴다. 〈null²〉은 이 '무'를 감각화한 공간이다. 

외관은 거울처럼 반사되는 정육면체 구조의 조합으로 이루어졌으며, 우퍼가 장착되어 있어 낮은 주파수의 진동이 외피를 미세하게 떨리게 만든다. 반사된 이미지에 흐릿한 흔들림이 더해지고, 시간대와 기후, 빛의 방향에 따라 파빌리온은 새로운 표정을 드러낸다. 이는 정지된 구조물이 아닌, 주변 환경에 반응하며 감각을 되돌려주는 하나의 매개체처럼 기능한다.

내부에 들어서면 전면이 거울로 마감된 디지털 시어터가 펼쳐진다. 바닥, 벽, 천장까지 모든 면이 외부와 마찬가지로 반사체로 둘러싸여 관람자는 자신과 닮은 수많은 이미지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 중심에는 디지털 휴먼이 등장한다. AI와 3D 스캔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자율형 아바타로, 관람자의 행동이나 음성에 반응하며 상호작용한다. 이 존재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닌, 나와 닮았지만 내가 아닌, 데이터로 환원된 낯선 자아의 모습이다.  

체험의 핵심은 ‘Mirrored Body®’ 시퀀스다. 관람자는 전신을 스캔한 뒤, 자신의 디지털 휴먼을 생성하고, 이는 시어터 안에 투영된다. 생성된 아바타는 시어터 안에서 다른 관람객의 아바타, AI 캐릭터들과 함께 움직이며 상호작용한다. 이 장면을 바라보는 일은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자신의 외부화를 경험하게 한다. 오치아이는 이 파빌리온을 통해 약 50만 명의 관람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휴먼을 제작할 계획이다.

〈null²〉은 시각적 자극을 기반으로 하지만 동시에 입체적인 존재론적 질문으로 다가온다. 관람객은 데이터로 빚어낸 복제 자아와 마주하며, 내가 나를 인식하는 방식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는 경험을 한다. 눈앞에 떠 있는 '또 하나의 나'는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현실의 나와 디지털 자아 사이에는 감정적 거리감이 생겨난다. 이 파빌리온은 디지털 시대에 기술이 자아를 어떻게 구성하고, 또 어떻게 흔들 수 있는지  건축이라는 감각의 매체를 통해 질문을 던진다.

 

“나는 나를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https://www.expo2025.or.jp/project/



기사원문링크>
https://www.designdb.com/?menuno=1283&bbsno=4993&siteno=15&act=view&ztag=rO0ABXQAOTxjYWxsIHR5cGU9ImJvYXJkIiBubz0iOTkxIiBza2luPSJwaG90b19iYnNfMjAxOSI%2BPC9jYWxsPg%3D%3D#gsc.ta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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