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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디자인하우스 라운지.
모빌리티 산업이 다시 한번 대격동기를 맞았다. 201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도요타, 폭스바겐,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글로벌 삼분지계가 무너졌는데(*) 많은 전문가는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더 큰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소비층의 세대교체 또한 변화의 주요 요인이다. 자동차에 대한 관점이 다르고, 트렌드와 디자인에 예민하며, 환경에 대한 인식이 남다른 MZ세대의 약진이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곡점에서 모빌리티 기업들의 브랜딩 각축전 역시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들은 패러다임의 변화와 시장의 균열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자신의 브랜드를 대중의 인식에 깊이 각인시키고자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현대차가 최근 브랜드마케팅본부에 디자인 전문가를 경영 전면에 배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 2022년 상반기 현대차그룹은 도요타, 폭스파겐에 이어 판매량 3위를 기록했다.
피파와 진행한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
현대차그룹의 미국 도심 항공 모빌리티 법인 슈퍼널의 아이덴티티.
현대자동차 브랜딩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브랜드디자인팀은 이번 SDF에서 주최사인 디자인하우스와 협업 라운지를 선보였다. 전용 서체 현대 산스를 근간으로 정립한 브랜드 시스템, 사용자 경험을 모빌리티 바깥으로 확장한 현대 컬렉션, CES 2022에서 공개한 메타모빌리티 콘셉트의 전시 〈이동 경험의 영역 확장(Expanding Human Reach)〉 등 그들이 지금까지 진행한 7개 프로젝트, 35개 아이템을 총망라한 것이 특징이다. 신형 차량 모델을 등장시키는 일반적인 자동차 기업의 전시 방식에서 탈피해 현대차가 어떻게 젊은 고객층과 소통하고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돋보였던 키워드는 ‘지속 가능성’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2019년 ‘인류를 위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라는 새로운 브랜드 비전을 내건 이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는데 현대×디자인하우스 라운지에서는 이런 방향성에 맞춰 진행한 BTS 협업 프로젝트 ‘Because of You’,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화제를 모은 캠페인 ‘세기의 골(Goal of the Century)’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콘텐츠뿐 아니라 콘텐츠를 담는 그릇에도 자신들의 비전을 반영했다. 2021년 전시에서 종이 상자를 구조적으로 적층한 부스를 선보인 바 있는 이들은 올해도 타이백, 지관통, 우드 등 친환경 소재를 적극 활용하며 다시금 브랜드의 진정성을 드러냈다.
‘지속 가능성을 향한 여정’을 주제로 한 디자인 토크 현장. ©이눅희
현대 컬렉션. 트립 카트, 피크닉 매트, 펫 밀박스, 키즈 넥쏘 전동차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선보였다.
라운지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행사 기간 동안 이곳에서는 다양한 디자인 토크도 열렸다. 행사 둘째 날인 12월 21일에는 ‘지속 가능성을 향한 여정(Journey to Sustainability)’을 주제로 현대자동차 브랜드디자인팀의 서성우 팀장과 원은영 매니저, 그리고 현대 컬렉션의 파트너로 참여한 바 있는 로우로우 이의현 대표가 세션을 이끌었다. 서성우 팀장과 원은영 매니저는 모빌리티 기업의 디자인 과업이 단지 차량의 내외장을 구축하는 것을 넘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의현 대표는 “현대 컬렉션으로 협업하면서 ‘피크닉 매트 하나 만드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혀를 내둘렀다”라고 말했는데 그의 말속에서 집요한 디테일에 브랜딩의 성패가 달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3일에는 현대자동차 브랜드디자인팀 실무진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들은 실무를 하며 생긴 에피소드와 노하우를 진솔하게 들려주며 큰 호응을 얻었다.
현대자동차 브랜드디자인팀장
서성우
현대자동차 브랜드디자인팀 매니저
원은영
“모든 브랜드 접점의 디테일을 설계한다.”
이번 전시의 기획 배경이 궁금하다.
SDF의 ‘ESG 존’ 테마에 맞춰 현대자동차의 지속 가능한 브랜드 활동을 소개하고자 했다. 그동안 진행한 브랜드 캠페인과 아이템을 모아 전시했다. 부스를 연출할 때도 친환경 소재를 적극 활용해 브랜드의 비전을 진정성 있게 전달했다.
‘New Heights, New Perspectives’ 콘셉트의 슈퍼널 브랜드 로고 ‘Green Apex’.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방향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현대는 자동차를 만들기 전에 고속도로를 만들고,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꿈꾸는 DNA가 있는 브랜드다. 창업 정신의 명맥이 이어져온 현대차는 휴머니티를 위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라는 브랜드 비전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가 하는 사업과 활동의 중심에 항상 사람이 있다는 믿음, 지구 공동체를 위해 옳은 일을 하겠다는 다짐이 담겼다.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에서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모든 중심에 사람과 공동체가 있다는 브랜드 비전을 핵심으로 설계하고 있다. 브랜드디자인팀은 이러한 비전을 잘 전달하고 혁신적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고객 경험을 디자인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마켓에서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브랜드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관리하는 웹사이트 ‘브랜드홈’ 운영과 모니터링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있다.
BTS와 협업한 굿즈.
2022 CES에서 선보인 메타모빌리티의 비주얼 콘셉트.
이번 SDF에서 선보인 토크 행사 역시 광의의 브랜딩 활동이라고 볼 수 있을까?
맞다. 현장에서 많은 관람객이 현대자동차 브랜드 디자인에 관심을 가진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다양한 디자인 전공 학생, 그리고 실무 디자이너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된 것 같아 뜻깊게 생각한다. 특히 프로젝트의 결과물만 보여주는 전시가 아닌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서로 나누며 진솔하게 대중에게 다가가 브랜드의 진정성을 알릴 수 있었던 것 같다.
토크 행사에 참여하면서 브랜드디자인팀의 업무 영역이 무척 광범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이 속한 브랜드마케팅본부의 과업은 물론 그룹사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젝트의 브랜드 디자인 요소 개발에도 참여한다. 기업의 미래 비전을 발표하는 CES 2022에서는 브랜드 메시지가 잘 드러나도록 키 비주얼과 프레스 콘퍼런스 키노트 제작에 참여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도심 항공 모빌리티 독립 법인인 슈퍼널Supernal의 브랜드 디자인 개발도 주도적으로 이끄는 등 전사의 디자인 요소에 폭넓게 관여한다. 한마디로 고객이 접하는 모든 브랜드 접점의 디테일을 설계하는 부서라고 보면 된다.
‘세기의 골’ 월드컵 캠페인 전시
토크에서 주로 이야기 나눴던 현대 컬렉션도 그중 하나다.
현대 컬렉션은 운전을 하지 않는 고객에게도 일상에서 보다 나은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생활을 영위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제품의 기획 단계부터 생산 과정, 그리고 고객에게 전달되는 여정까지 제품 개발 전반에 걸쳐 지속 가능한 가치를 실천하고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폐기하는 차량에서 나온 폐가죽을 재활용한 트립 카트의 핸들 가죽, 안전벨트를 활용한 피크닉 매트와 보냉 가방의 어깨끈 등이 있다. 또한 탄소 배출이 적은 친환경 소재를 제품 곳곳에 사용하면서 지속 가능한 삶을 지향하고 있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것은 FIFA 월드컵 캠페인이 아닐까 싶다. 브랜드디자인팀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무엇이었나?
월드컵 같은 글로벌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 현대×피파 컬렉션의 아이템을 디자인할 때도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모든 아이템에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환경오염과 자원 낭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아이템은 제작 자체를 시도하지 않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즉 아이오닉 차량에서 나온 폐가죽을 업사이클해 축구공을 제작하고, 다양한 응원용품에도 리사이클 원단을 활용했으며, 패키지 또한 최소화하거나 잉크 사용을 줄여 지속 가능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피파 뮤지엄 내외부 전경
올해 브랜드디자인팀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기존의 브랜드 컬렉션을 올해는 더욱 확장해 나갈 계획이며, 특히 브랜드의 헤리티지 에셋과 MZ세대 라이프스타일 관련 아이템을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디자인할 계획이다. 또한 이번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디자인을 주제로 많은 고객들과 직접 소통한 것이 매우 의미 있었는데, 향후 이러한 오프라인 접점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결국 디자인은 현대자동차가 추구하는 본질인 사람에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표현 수단인 만큼 다양한 디자인 활동들을 통해 지속 가능성과 혁신성을 전달할 계획이니 많은 관심 부탁한다.
기사원문링크 >
https://mdesign.designhouse.co.kr/article/article_view/105/83823?per_page=2&sch_t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