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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오모리의 ‘Adam 프로젝트’를 통해 본 업사이클의 새로운 가능성
일본 혼슈 최북단에 위치한 츠가루 평야는, 사계절이 뚜렷하게 교차하는 혹독하면서도 아름다운 기후 속에서 사과가 자라는 곳이다. 봄에는 눈처럼 흩날리는 흰 꽃이 피고, 가을에는 탐스럽게 붉게 익은 열매가 수확을 기다린다. 그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아오모리의 사과는 수십 년에 걸쳐 지역 농가의 손길과 애정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렇게 정성스럽게 키운 사과도 가공 과정에서는 과즙이나 과육 외의 부분은 '찌꺼기'로 분류되어 대부분 폐기된다. 껍질, 씨, 속껍질 등은 식용으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낀 일본의 한 소재 개발팀은, 사과 '전부'를 순환시킬 수 없을까 고민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신소재 'Adam(아담)'이다. Adam은 사과즙을 짜고 남은 사과 껍질과 씨앗 등 비식용 부산물을 압착·가공해 만든 새로운 업사이클 소재로, 그 자연스러운 질감과 색감이 그대로 살아 있는 시트(sheet) 형태로 가공됐다. 특히 투명감 있는 외형과 불균일한 텍스처는, 원재료가 가진 개성과 생명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 소재는 0.6mm 두께, 우수한 방수성과 내구성, 간단한 세척 가능성 등 실용적인 스펙을 갖추고 있어, 인테리어 마감재나 소형 가구, 패션 소품에까지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또한 유럽연합(EU)의 유해물질 규제인 RoHS2 규격도 충족하여 친환경성과 안전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
2025년, Adam으로 만든 인테리어 제품 4종 첫 공개
지난 6월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Interior Lifestyle Tokyo 2025’ 전시회에서는 Adam 소재를 활용한 인테리어 제품 4종이 첫 선을 보였다. 도쿄 기반의 디자인 스튜디오 M&T와 21B STUDIO와의 협업을 통해, 소재를 넘은 ‘브랜드 Adam’의 첫 프로덕트 라인업이 등장한 것이다.
Adam Wall Mirror
Adam Flower Vase
Adam Basket Tray
Adam Table Light
Adam 프로젝트의 핵심은 단순히 ‘버려지는 것을 활용한 소재’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과 찌꺼기를 손으로 만지고 냄새를 맡으며, 그 질감과 성질을 이해하는 과정에서부터 제품 디자인을 출발했다. ‘이 재료의 본질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과 실험이 반복된 끝에 Adam은 자연에 대한 존중과 인간의 감각을 담은 디자인 언어로 완성되었다. 디자인은 형태를 만드는 기술이자, 가치를 다시 쓰는 언어다. Adam은 산업 폐기물로 분류되던 소재에 생명을 불어넣고, 사용자에게는 새로운 감각의 미적 경험을 선사한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업사이클링 소재 개발과 그 가능성을 탐색하는 디자인 실천이 더욱 넓게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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