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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종점에서 시작된 시스템 디자인으로서의 공간 재편
지역 활성화와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을 전국 규모로 지원하는 '사토유메주식회사(株式会社さとゆめ)'와 일본 철도 인프라의 핵심축인 '동일본여객철도(東日本旅客鉄道株式会社)'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설립된 '연선마루고토주식회사(沿線まるごと株式会社)'가 주도하는 '연선마루고토호텔(沿線まるごとホテル) 프로젝트'는 2025년 5월 25일 핵심 허브시설 '사토로그(Satologue)' 숙박동의 개관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단순한 시설 확장을 넘어 방문자가 오쿠타마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마을의 일상적 영위를 깊이 체험할 수 있는 장기 체류형 관계 경제 모델의 완성을 의미한다. 동시에 디자인의 역할을 재정의한 사례로서 도쿄 서부 오쿠타마 지역 JR 오메선(JR青梅線)의 작은 무인역 하토노수역(鳩ノ巣駅)를 중심으로 '어떤 삶의 구조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응답한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기존의 개별 거점 호텔 운영 방식을 유기적 네트워크 구조로 전환하여, 폐가와 낡은 창고, 사라져가던 농가 자원을 새롭게 짜 맞춰 하나의 생활 공간으로 거듭나게 한 것이다. 여기서 디자인은 단일 공간의 미화나 장식적 개입을 넘어서 지역성과 생태, 관계와 체류의 시간까지 포괄하는 시스템 전체를 설계하는 메타디자인 기술로 진화하며, 철도라는 기존 인프라와 지역의 잠재 자원을 연결하는 새로운 공간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연선마루고토 주식회사(沿線まるごと株式会社)는 ‘철도 연선을 통째로 아우른다’는 뜻으로, 의역하면 ‘철도 연선 통합 개발 주식회사’ 정도가 되겠다.
관계의 경제와 순환 구조
‘사톨로그(Satologue)’가 제안하는 경제 모델은 물건의 교환이 아니라 '관계의 형성'을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접근은 세토내해(瀬戸内海)의 이동식 호텔 ‘군투(guntû)’를 설계한 호리베 야스시(堀部安嗣)의 건축 철학인, 새로운 것을 더하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것에 숨결을 불어넣는, ‘있는 것을 살리다(あるものを活かす)’는 개념과 맞닿아 있다. 호리베는 기존 환경과 맥락 속에서 가치를 찾아내고 조화시키는 장소 특정적(site-specific) 건축을 실천한다. 그의 건축은 주변의 숲, 강, 오래된 구조물과 조화를 이루며, 절제된 개입을 통해 장소의 본질을 회복하는데 초점을 둔다. 예컨대, 숙박동의 천장은 누에고치형(繭形) 구조를 연상시키며 심리적 안정감을 유도하고, 테라스는 내외부의 경계를 흐리는 임계 공간으로 설계되어 사용자의 감각을 열어 둔다. 이러한 철학은 경험 설계와 순환 경제 모델에도 구체적으로 구현된다. 고민가를 개조한 레스토랑에서 선보이는 ‘연선 가스트로노미(沿線ガストロノミー)’는 자가 농원 채소와 지역 식재료를 활용해 지역 내 생산–소비–순환의 폐쇄 루프를 완성한다. 한편, 창고를 개조한 장작 사우나는 단계적으로 자연을 접촉해 나가며, 방문자는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마을의 리듬에 일시적으로 참여하는 구성원이 되고, ‘환대’는 서비스가 아니라 지역의 삶과 맥락을 함께 나누는 관계적 경험으로 재구성된다.
정체성 디자인과 참여형 커먼즈
‘연선마루고토 패스포트(沿線まるごとパスポート)’는 물리적 객체를 통해 지역 전체의 서사를 압축하고 전달하는 매개적 미디어 디자인으로서, 단순한 쿠폰북을 넘어서 지역의 이야기, 사람, 장소를 연결하는 관계적 도구로 기능하며 관광객을 지역의 일시적 주민으로 전환시킨다. 사톨로그(Satologue)라는 브랜드명 자체가 마을을 의미하는 일본어 사토(里)와 기록이자 대화를 의미하는 로그(Logue)의 결합으로 지역 문화의 아카이브이자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한다. 하루 중 시간대별 경험 변화(황혼-밤-새벽)를 고려한 시간성 디자인과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 전동 툭툭을 활용한 모빌리티 투어리즘(モビリティツーリズム)은 숙박 시설의 물리적 경계를 넘어 지역 전체를 하나의 확장된 호텔의 일부로 인식하게 만드는 공간 확장 전략으로서, 일회성 관광 소비를 넘어서 지속적 관계 형성을 목표로 하는 관계인구 증대를 실현하는 구체적 구조를 제공한다.
함께 산다는 것의 기술 _ 하이브리드 거버넌스
사톨로그는 지역의 시간, 체험, 관계를 다시 꿰어내는 시도로서 단순한 경제적 가치 창출을 넘어 "함께 산다는 것의 기술"을 탐구하며, 약 5년간의 시간적 레이어링과 단계적 구축 과정에서 건축,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랜드스케이프 디자인 등 각 분야 전문가와 지역 사업자, 지역 주민 간의 다학제적 협업 체계를 통해 전문성과 지역성을 균형있게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거버넌스 모델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모델은 탄소 저감이나 지역 자원 순환이라는 환경적 측면을 넘어서, 지각과 시간, 관계의 질서를 다시 쓰는 일로서 '지속 가능성'이라는 개념 자체를 재정의하려는 시도에 있으며, 결과적으로 이 모델이 일본 각지, 나아가 동아시아의 중산간 지역에 확장되어 지방 소멸 위기에 직면한 현실에서 디자인을 통한 지역 재생의 실용적 프레임워크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사톨로그의 실험은 물리적 공간의 재생을 넘어 사회적 관계와 경제적 순환, 문화적 지속성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지역 개발 패러다임의 한 사례를 보여주며, 이는 현대 디자인이 단순한 문제 해결 도구를 넘어 사회적 변화를 추동하는 전략적 실천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Daisuke Takashi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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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atolo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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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designdb.com/?menuno=1283&bbsno=5048&siteno=15&act=view&ztag=rO0ABXQAOTxjYWxsIHR5cGU9ImJvYXJkIiBubz0iOTkxIiBza2luPSJwaG90b19iYnNfMjAxOSI%2BPC9jYWxsPg%3D%3D#gsc.tab=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