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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조 :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 50주년 비누 세트 by 월간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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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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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조 :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 50주년 비누 세트
KDA Industrial Design_PRODUCT WINNER

제품 분야 심사에서 화두에 오른 것은 스토리텔링이었다. 이는 국내 디자인계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심사위원들은 미감과 기능성의 수준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변별력이 필요해졌고 결국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창의적인 이야기가 그 열쇠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성을 드러내면서 누구나 알고 있는 문화유산을 창조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한 한아조×유네스코위원회의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 50주년 비누 세트’가 위너를 수상한 이유다.

그 밖의 출품작을 살펴보면 가장 눈에 띄는 트렌드는 제품의 오브제화다. 실내에 두었을 때의 미감을 고려해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럽게 디자인한 제품이 늘어났다. 또 제품을 모듈화해 사용자가 직접 소재나 컬러, 마감 등 CMF와 용도 등을 지정해 조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선택권을 넓힌 디자인이 대세를 이루었다. 그간 강세를 보였던 조명이나 첨단 기술을 적용한 전자 제품에 비해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라이프스타일 소품이 확연히 늘어난 점도 올해 두드러진 현상이었다. 한편 지속 가능성이나 사용자 여정을 고려한 출품작이 많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았는데 환경적 가치에 대한 디자인계의 심도 깊은 논의가 앞으로 확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강신덕, 이예은, 김상만, 조한아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 50주년 비누 세트
디자인 한아조(대표 조한아·김상만), hanahzo.com
참여 디자이너 조한아, 김상만, 강신덕, 이예은
클라이언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발표 시기 2022년 7월


비누를 쉽게 봤다간 큰코다친다. 첨단 기술로 무장한 쟁쟁한 스마트 제품을 모두 물리치고 한아조가 올해 코리아디자인어워드 제품 분야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표적 저관여 제품으로 취급받는 비누이기에 별다를 게 있나 싶지만 한아조가 만든 비누라면 다르다. 2014년 ‘Pause Your Life’를 모토로 시작한 한아조는 지금까지 비누 하나만 보고 달려왔다. 하나부터 열까지 수공예 방식으로 제작하는 덕분에 재료 선별과 디자인, 패키지 모든 것에 정성이 들어가 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연락이 온 것은 올해 초다. 평소 한아조 비누를 좋아하는 마케팅 담당자가 2022년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 50주년 기념품을 협의하고 싶다며 문을 두드렸다. 올해 기준으로 국내에서 지정된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총 15건. 불국사, 종묘, 해인사가 1995년 가장 먼저 등재됐다. 한아조는 각 문화유산에 대한 리서치와 함께 답사를 다녀오면서 디자인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건물 모양을 그대로 본뜬 비누 같은 뻔한 답을 내놓고 싶지 않아서다. 그렇게 완성한 3종 비누 세트는 지난 7월 출시 이래 좋은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이 중 심사위원들에게 호평을 얻은 다보탑 사자상 비누는 불국사 다보탑을 지키는 사자 조각상을 모티프로 했다. 원래 사자상은 네 마리였지만 비누 패키지 속 사자는 세 마리인데 이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세 마리가 사라진 아픈 역사를 알리기 위한 의도다. 숯 성분을 함유해 회색빛 화강암이 연상되도록 한 비누 2종과 함께 한아조의 시그너처인 테라조 기법을 적용한 사자상 비누 1종으로 구성했다. 테라조 비누는 만들고 남은 자투리 비누 조각을 모아서 탄생시킨 제품이라는 데서 의미를 더한다. 종묘 비누는 정전 입구에 섰을 때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돌 바닥과 붉은 목조 기둥, 기와지붕, 파란 하늘의 컬러를 은유적으로 담았다. 그다음은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건물 ‘장경판전’에 주목해 그곳의 향과 목판 형태를 표현한 비누다. 비누에 도장을 찍는 방식으로 새긴 한자는 불교 경전 〈화엄경〉 중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는 구절에서 가져왔다.




“우리끼리는 비누를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 이야기한다. 습도가 매우 높은 장마철에는 비누 속 글리세린 성분이 공기 속 수분을 끌어당기면서 물기가 맺히는데 이 모습이 마치 비누도 덥다고 땀을 흘리는 것 같았다.”(웃음) 비누를 소중히 다루는 한아조의 태도는 패키지에서도 엿볼 수 있다. 패키지 박스는 온습도 조절과 통풍이 탁월해 문화재 보관에 많이 쓰는 오동나무로 만들었고, 비누를 감싸는 싸개와 띠지는 한지를 사용했다. 보기 좋은 비누가 향도 좋은 법. 다보탑 사자 비누는 기분 좋은 시트러스 향을 풍기며, 종묘 비누는 풀 내음과 바람을 타고 오는 나무 향, 해인사 장경판전 비누는 오래된 책장에서 나는 고풍스러운 향으로 후각을 자극한다. 현재 한아조의 쇼룸이 위치한 LCDC 서울과 온라인 마켓에서 판매 중인 이 제품은 한국 문화유산을 알리는 데 안성맞춤으로 외국인 선물용으로 특히 인기다. 스몰 브랜드로서 지켜나가야 할 가치를 분명히 알고 진정성 있게 풀어내는 한아조는 앞으로도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 계속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원본기사 링크
https://mdesign.designhouse.co.kr/article/article_view/105/83744?per_page=4&sch_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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