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urloop" - 섬유 리사이클, ‘색’으로 가능성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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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매년 약 77만 톤의 새 옷이 판매되고, 약 67만 톤의 옷이 가정에서 버려진다. 그중 51만 톤은 소각되거나 매립되며, 재사용되는 양은 1만 톤 남짓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옷은 코튼, 폴리에스터, 폴리우레탄, 레이온… 등 두세 가지 이상의 혼방섬유로 만들어져 소재별로 완벽히 분리하기 어렵다. 설령 분리한다고 해도, 다양한 색이 섞이면 결국 탁한 회색으로 변해 새로운 옷으로 재탄생하기 어렵다. 이렇게 현실에서는 옷에서 옷으로 이어지는 리사이클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남은 일부는 공장 걸레나 자동차 흡음재 같은 산업용 자재로 활용된다. 이러한 한계는 섬유 리사이클의 미래를 여는 데 큰 장벽이 된다. 그러나 기술과 디자인을 결합한 새로운 접근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색을 기준으로 섬유를 분류해 재활용하는 방법은 염색 공정 없이도 다양한 소재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 결국, 옷의 수명이 끝나더라도 섬유의 이야기는 기술 혁신을 통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색으로 해결하는 새로운 발상
교토의 작은 기업, '컬러루프(colourloop)'는 폐섬유 문제를 ‘색’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했다. 대표 우치마루 모토코는 오랜 기간 패션과 인테리어 업계에서 활동하며, 매일 쏟아지는 폐섬유를 보며 문제의식을 느꼈다. 그는 결국 ‘새로운 것을 무한히 만드는 시대는 끝났다’고 결론 짓고, 교토공예섬유대학에서 섬유 리사이클 연구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업계의 본질적 난제를 마주했다. 대부분의 옷이 두 가지 이상의 혼방섬유로 만들어져 있어 색이 섞이는 순간 탁한 회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는 매력적인 재활용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치마루는 발상을 전환해 '소재가 아닌 색으로 분류를 한다면?' 이라는 아이디어를 실현했고, 그 결과 이 탄생했다.

Colour Recycle System® – 색을 기준으로 섬유를 다시 읽다
컬러루프의 독자적 기술, 은 섬유를 소재가 아닌 색상별로 나눈다. 염색 공정 없이 새로운 원단, 시트, 보드로 재탄생 시키며, 풍부한 색감과 질감을 살린다. 이 방식은 기존 재활용 소재가 주는 ‘칙칙한 톤’ 대신, 다양한 섬유가 섞여 만들어내는 깊이 있는 색감이 디자인적 가치를 만든다. 이 시스템의 또 다른 강점은 순환 가능성이다. 한 번 재생한 소재를 다시 회수해 반복 활용할 수 있다. 색이 바래거나 옷감이 손상돼도 문제없다. 섬유는 안료·보드·종이·펠트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될 수 있고, 염색을 생략해 환경 부담도 크게 줄인다.

기술과 디자인이 만든 새로운 가능성
컬러루프는 기술과 디자인을 결합해 건축과 인테리어까지 영역을 확장했고, 대표 사례인 섬유 강화 보드 ‘TEXLAM’은 폐의류를 가구나 건축자재로 변환하며,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서는 티셔츠 약 3,000장에 해당하는 폐의류를 재생해 만든 벤치로 선보였다. 이 외에도, 지역 커뮤니티와 협력해 졸업생 교복을 기념품이나 자동차 내장재나 소형 가구 소재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 스토리와 감정을 담는 디자인으로 확장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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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순환하는 미래
우치마루는 교토에서 수거한 옷을 지역에서 활용하는 ‘지역 순환형 디자인’을 꿈꾸며, 옷의 수명이 끝나도 섬유의 이야기가 계속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금속이나 유리처럼, 섬유도 순환 가능한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기술과 디자인이 만나 만들어낸 이 실험은 이제 막 첫걸음을 뗐다. 그리고 그 실험은, 우리가 옷을 대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 하고 있다.
그는 말한다. “섬유는 단순히 입는 것이 아니라, 다시 쓰이고, 다시 빛날 수 있는 자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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