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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생존을 넘어 공존하는 디자이너들” 오픈스퀘어 2025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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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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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생존을 넘어 공존하는 디자이너들” 오픈스퀘어 2025 참관기

AI와 함께한 디자이너들의 도전과 시행착오, 미래를 준비하는 이야기



지난주 토요일, 서울 오금동 퍼시스 본사 지하에 마련된 엑스페이스 홀에 이른 점심부터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각자 직군과 직급은 달랐지만 목적은 같았다. 바로 올해도 다시 열린 오픈스퀘어 컨퍼런스 참가였다. 
오픈스퀘어는 디자인 교육 플랫폼 오픈패스가 매년 9~10월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을 위한 디자인 컨퍼런스다. 특히 올해 오픈스퀘어 2025는 챗GPT가 등장한 지 어느덧 3년, AI가 일상이 된 지금, AI가 일상이 된 시대에 디자이너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디자이너의 자리를 위협하지는 않을지, 앞으로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지 등 고민과 질문이 가득 찬 업계에 답하고자 기획됐다. 
 현장엔 UI·UX 실무자, 프로덕트 디자이너, 기획자, 마케터 등 300여 명의 업계 관계자, 실무자들이 온라인·오프라인으로 모여 자리를 가득 메웠으며, 발표 시작 전부터 빠르게 변화하는 AI 환경 속에서 디자이너의 역할과 미래에 대해 논의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특히 행사장 로비에 마련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부스 공간 등에선 첫 세션 발표가 이뤄지기 전부터 자신이 실무에 애용하는 AI 프롬프트를 공유하거나, 평소 궁금증이나 연사에 대한 질문을 벽에 붙이는 등 뜨거운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역할과 프로세스 점검을 조언한 김황일 디자이너
 

라인 ABC 스튜디오의 김황일 모션 그래픽 인터랙션 디자이너는 단상에 올라 AI 실무 적용에 있던 시행착오와 극복 과정을 이야기했다(사진=오픈패스)



처음 단상에 올라 본격적인 컨퍼런스의 시작을 알린 연사는 라인(Line) ABC 스튜디오의 김황일 모션 그래픽 인터랙션 디자이너였다. 그는 실무 프로젝트 경험을 기반으로 AI를 실무에 적용하며 겪은 시행착오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을 사례 중심으로 풀어나갔다.
AI 도입에 있어 속도와 실험 정신을 중시하는 한국과, 리스크 검증 및 매뉴얼 제작을 우선시하는 일본 디자인 조직의 차이를 짚으며 이야기를 시작한 그가 실무 사례로 제시한 것은 ‘데마에칸’ 디자인 프로젝트였다. 데마에칸은 2016년 라인이 당시 430억 엔을 들여 지분을 인수하고, 2020년 150억 엔을 추가 투자하며 인수를 진행한 일본의 대표 국민 배달 앱이다.
 

라인 ABC 스튜디오는 일본 데마에칸 실무진들과 함께 앱 서비스 디자인에 AI를 실험적으로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데마에칸 사례만으로도 충분히 이목을 끌었지만, 세션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AI 시대 디자인 프로세스 변화와 시스템화에 관련한 김황일 디자이너의 인사이트였다. 이날 김황일 디자이너는 2023년 챗GPT의 등장부터 시작해 2024년 미드저니와 포토샵 AI인 어도비 파이어플라이, 최근 구글의 나노 바나나 모델에 이르기까지 데마에칸에서 이뤄진 실험과 시행착오들, 해결 과정을 공유해 참관객들을 집중시켰다. 
특히 발표 자료 중 손가락 및 손 표현 오류, 인물 복장과 포즈 불일치 등 부자연스러움이 많고 디테일이 흐트러지기 일쑤였던 2024년 초기 자료들은 초창기부터 생성형 AI 모델을 다뤄온 디자이너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또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드저니 이미지를 프롬프트 구조화해 챗GPT에 이식하고, 인간 디자이너의 직접적인 부분 수정·보정 작업으로 디테일을 끌어올리는 작업 파이프라인 정착 과정은 디자인 이외 실무자들의 시선까지 집중시켰다.




 
       
라인 ABC 스튜디오 역시 AI 도입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워크플로우 및 작업 프로세스를 검토했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이어 세션 후반엔 AI 시대에 발맞춘 라인 ABC 스튜디오의 변화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날 공개된 사내용 3D 디자인 플랫폼 ‘디저트(Dessert)‘는 2D to 3D, 텍스트 to 3D, 프롬프트 프리셋 저장, 에셋 업로드 및 다운로드 등을 지원하는 동시에 조직 내 AI 역량 불균형을 워크플로우로 보완하는 전략이었다. 
세션 말미 김황일 디자이너는 특정 AI 도구 사용을 추천하기보단 작업 프로세스를 먼저 점검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요즘엔 특정 AI 툴에 너무 과몰입하기보다는 디자이너로서 나에게 필요한 프로세스가 무엇인지 먼저 검증, 점검을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각자 가진 역할과 프로세스가 있을 텐데, 이를 먼저 점검하고 거기에 AI를 도입하는 것이 지금과 같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조금 더 분별력 있게 AI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말하며 세션을 마무리했다.
 

디저트는 라인 ABC 스튜디오가 데마에칸 앱 디자인에 AI를 더욱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개발한 사내 3D 디자인 플랫폼이다 (사진=디지털 인사이트)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현재와 미래 조망한 조훈 매니저
 

이날 조훈 매니저는 AI 시대 디자이너의 미래와 역할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사진=오픈패스)



이날 행사에선 AI 시대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으며, 그 흐름 중심에는 조훈 하이브 콘텐츠 이노베이션 팀 매니저의 발표가 있었다. “오늘은 아쉽게도 케이팝 이야기는 없을 것이다”는 농담과 함께 강단에 오른 조훈 매니저는 자신이 애용하는 AI 디자인 툴을 동료로 소개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즉흥 발산에 과장이 잦은 ‘챗GPT’, 출처 정리에 강한 ‘퍼플렉시티’, 맥락 이해는 뛰어나지만 보수적인 ‘클로드 AI’, 이미지 생성에 능한 제미나이, 복합 문제를 끝까지 밀어 해결하는 리더형 ‘마누스 AI’, 사용자 관점의 설계 및 리서치에 강한 ‘UX 파일럿’, 조훈 매니저는 이들을 “각기 다른 장단점을 지닌 에이전트 팀원들”이라고 소개하며 상황에 따라 조합해 사용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특히 이날 조훈 매니저는 여행 플래너 앱 기획 및 제작을 예시로 마누스 AI와 UX 파일럿을 사용해 UX 리서치, 핵심 및 요구사항 도출, 와이어 프레임 및 프로토타입 제작까지의 흐름을 실시간 시연으로 풀어내 참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실제 그가 발표 현장에서 즉석으로 UX 리서치를 마누스AI에 요청해 리서치 리포트와 작업 명세서를 받고, 결과를 다시 UX 파일럿에 넘겨 모바일 앱 메인 홈 화면 2안 생성까지 걸린 시간은 20분 남짓에 불과했다.
 

조훈 매니저는 발표 현장에서 즉석으로 ‘여행의 연금술사’라는 여행 플래너 앱의 와이어프레임 및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사진=디지털 인사이트)



즉석 시연으로 AI 시대의 UI·UX 디자인 자동화 과정을 시연한 조훈 매니저는 “UI 디자이너는 어떻게 보일까, UX 디자이너는 어떻게 쓰게 할까를 묻지만,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어떻게 성공시킬까’를 묻는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특징을 정리와 함께 해외 사건들로 글로벌 디자인 직군 트렌드 흐름을 짚었다. 
이날 조훈 매니저가 언급한 사례들은 2023년 6월 컨피그 2023 컨퍼런스에서 에어비앤비 공동 창립자 겸 CEO인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가 “제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면 제품을 개발할 수 없다”라고 말하며 더 이상 전통적인 PM 직군을 두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건과 스포티파이 CDO 칼 리베라(Carl Rivera)가 UX 디자이너/콘텐츠 디자이너 직함을 폐지하고 프로덕트 디자이너 단일 직군으로 통합하겠다고 발표한 사건이었다.
 

지난 6월 스포티파이 CDO의 UX 디자이너/콘텐츠 디자이너 직함 폐지 발표는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자료=미디엄)



조훈 매니저는 이런 해외 업계의 움직임이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AI 시대 디자이너의 역할이 변화하는 과정이라는 분석을 내보였다. 특히 그는 발표 막바지 AI가 기본적인 UI 디자인은 물론, 사용성 테스트와 데이터 분석까지 자동화해 준다고 주장하며 “이젠 우리는 더 높은 문제인 브랜드 스토리와 차별화 포인트에 시간을 쓸 수 있다. 결국 디자이너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요컨대 그동안 데이터를 다루는 합리성도 필요하지만, AI 시대에 더 중요한 것은 자신과 브랜드와 고유성과 창의성을 살려 제품에 이야기를 부여하는 감각이라는 이야기였다. 


 AI 시대 주체적인 디자인을 강조한 최지훈 디자이너
 

이날 최지훈 디자이너는 디자인 에이전시 실무자로서 AI 시대의 주체적인 디자인과 크래프트맨십을 강조했다(사진=오픈패스)



이날 행사에선 AI 시대 디자이너의 본질적인 경쟁력과 역량 유지 방향성에 대한 탐구도 진행됐다. 이 주제를 대표해 무대에 오른 연사는 최지훈 듀오톤 크리에이티브 익스피리언스 디자이너였다. 최지훈 디자이너는 ‘주체적인 디자인’와 ‘크래프트맨십’을 키워드로, 디자인 에이전시가 AI로 인해 혼란스러운 환경에서 어떻게 기준과 완성도를 지켜왔는지 실무 중심으로 풀어냈다. 
이날 최지훈 디자이너는 듀오톤이 담당한 LG 닷컴, 카카오, 스마일게이트 세 개의 대기업 프로젝트를 실제 사례로 제시했다. 독특한 점은 세 프로젝트 사례 모두 AI를 최종 결과물 제작 도구로 사용하지 않고, 철저히 디자이너의 작업물 콘셉트 탐색 및 기획을 돕는 보조 도구로 활용해 효율적이고 자주적인 디자인을 이어나간 점이었다.



듀오톤이 AI를 보조적으로 활용한 LG 닷컴 프로모션, 카카오 둘레길 캠페인, 스마일게이트 퓨처랩 웹사이트 프로젝트(사진=디지털 인사이트)



특히 듀오톤이 작업을 진행한 LG 닷컴 프로모션 프로젝트는 인간 디자이너가 AI를 보조 도구로 활용해 브랜드 고도화에 필요한 다채로운 스타일의 다수 이미지를 빠르게 작업해낸 대표적인 사례였다. 
듀오톤 팀은 다양한 톤앤매너 및 스타일의 콘셉트 스케치를 미드저니 AI를 사용해 1차 시안을 생성해 검토하며 채널 톤 앤 매너에 맞게 후보군을 좁히고, 검토한 시안을 디자이너가 직접 피그마와 포토샵 등의 디자인 툴을 사용한 수작업으로 마무리해 빠른 기획 및 제작, 일관성 유지, 크래프트맨십과 브랜드 철학 구현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었다.



듀오톤은 AI로 1차 시안 생성한 이후, 시안을 인간 디자이너가 피그마와 포토샵 디자인 툴로 다시 수작업해 작업 기간을 효율적으로 단축시켰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이어진 카카오 둘레길 및 스마일게이트 퓨처랩 프로젝트에서도 이와 같은 듀오톤의 행보는 이어졌다. 팀은 프로젝트 초반 탐색과 기획에 AI를 사용하는 지점과 수작업으로 최종 작업물을 구현하는 부분을 명확히 분리했다. 예컨대 콘셉트 작성, 무드 탐색, 에셋 변주 등엔 AI를 적극 활용하되, 브랜드의 인상을 좌우하는 최종 결과물 완성에는 늘 디자이너가 끝까지 책임지는 형식이었다. 
이런 작업 프로세스의 이유로 최지훈 디자이너는 ‘추가적인 고도화’와 ‘세부 요청에 따른 유연한 대응’을 꼽았다. 생성형 AI의 이미지는 일관성이 부족한 것은 물론, 이미지가 합쳐져 있어 부분적인 수정·변경이 어렵거나, 애니메이션 적용이 불가능하거나, 세밀한 부분들이 깨져 있는 현상들이 다수 발생해 실무에 직접 사용하기엔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최지훈 디자이너는 생성형 AI만으로는 클라이언트 측의 세부적인 요청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이날 세 가지 실무 프로젝트 사례를 모두 공유한 최지훈 디자이너는 AI 시대 디자이너가 가져야 하는 자세 및 크래프트맨십에 대해 이야기를 진행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실제 최지훈 디자이너는 “AI가 속도를 올려주지만, 브랜드에 대한 설명은 결국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고 정리하며, “AI는 어디까지나 문제 해결을 돕는 도구이지 업무의 모든 것을 대신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AI 활용 수준은 머지않아 평준화될 것이며, 결국 차이와 경쟁력을 만드는 것은 개인이 가진 고유성, 주체성 그리고 의도적으로 디자인 주도권을 지키려 하는 태도라고 덧붙였다.
 

발표 막바지 최지훈 디자이너는 AI 시대 주체적이고 경쟁력 있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선 AI와 의도적인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AI를 이기려는 게 아닌 AI 주도권을 넘기지 않으려는 의도적인 거리두기 노력, 저는 이게 앞으로 저와 여러분들께 반드시 필요한 태도라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서 문제 해결의 대부분을 AI에 의존하려고만 하는 개인은 결국 도태될 것이라 보는데요. 


때문에 앞으로 업무를 진행할 때 1차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우선시해보고, 그다음에 AI의 도움을 받는 이 당연한 과정을 지키려는 의지가 업계 생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 말씀드립니다”


출처 :  ( https://ditoday.com/news/ )  
 
원문기사링크>
https://ditoday.com/ai-%ec%8b%9c%eb%8c%80%ec%97%90-%ec%83%9d%ec%a1%b4%ec%9d%84-%eb%84%98%ec%96%b4-%ea%b3%b5%ec%a1%b4%ed%95%98%eb%8a%94-%eb%94%94%ec%9e%90%ec%9d%b4%eb%84%88%eb%93%a4-%ec%98%a4%ed%9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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