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more
올해도 연말을 맞아 핀란드 건축계의 가장 큰 상인 핀란디아 건축상의 수상 소식이 발표되었다. 그 영예는 ‘까따야노깐 라이뚜리(Katajanokan Laituri)’에 돌아갔다. 헬싱키 항구와 시내를 잇는 경계선에 들어선 이 목조건물은, 도시가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분위기와 리듬을 만들어내며 올해 핀란디아 프라이즈의 선택을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수상 발표 자리에서 “이 건물은 기능과 규모를 뛰어넘어, 사람이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고 말하며 라이뚜리 건물을 올해의 건축적 해답으로 꼽았다.
마켓광장에서 바라 본 까따야노깐 라이뚜리 건축물의 전경 Photo. Kalle Kuohia
올해 핀란디아 건축상은 네 개의 후보작인 핀란디아홀 개보수, 메안데르(Meander) 아파트, 부오사리 바이오에너지 난방 플랜트, 그리고 까따야노깐 라이뚜리 건물을 두고 경쟁이 이루어졌다. 핀란디아 건축상은 핀란드건축가협회(SAFA)가 사전심사위원단을 구성하여 후보를 선정하고, 이후 단 한 명의 최종 심사자가 최종 수상작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는 알바 알토의 핀란디아홀 개보수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신축 프로젝트였다는 점에서, 핀란드 건축계가 새롭게 지향하는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 해였다.

건물의 옥상 정원 Photo. Kalle Kuohia
수상작으로 선정된 까따야노깐 라이뚜리는 헬싱키의 바닷가 풍경 속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밝은 목재 파사드를 가진 대규모 목조건축이다. 호텔과 스토라 엔소(Stora Enso)라는 산림 기업의 본사를 품은 복합 시설이지만, 건물은 도심과 항구 사이의 열린 흐름을 가로막지 않고 오히려 이어주는 존재처럼 설계되었다. 이 건물은 마켓 광장에서 까따야노까 섬까지 이어지는 ‘밝은 톤의 해안 건축 연속성’을 알바 알토 이후 다시 현대적으로 잇는 프로젝트로 평가받는다.

중앙의 아트리움 Photo. Kalle Kuohia
중앙에 배치된 큰 아트리움은 라이뚜리의 핵심 공간이다. 방문객은 자연광이 깊숙이 내려앉는 중앙 홀을 통해 건물의 중심부로 곧장 진입하게 되며, 이 공간을 통해 호텔과 오피스, 그리고 공용 공간이 기능적으로 분리 되면서도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된다. 바닷바람과 빛의 움직임이 건물 전체를 통과하는 듯한 개방감은 라이뚜리가 ‘낙관의 건축(architecture of optimism)’이라는 표현으로 불린 이유를 설명해준다.


사무 공간의 로비와 사무실 전경 Photo. Kalle Kuohia
또한 이 건물은 대규모 목조건축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목재는 탄소를 저장하는 지속가능한 재료일 뿐 아니라, 습도 조절과 음향 성능 등 실내 환경에서의 감각적 안정감을 높이는 자연적 특징을 지닌다. 라이뚜리는 이러한 목재의 재료적 장점을 적극적으로 건축적 언어로 변환 했으며, 심사위원단은 “이 건물이 보여주는 감각적 여유와 구조적 신뢰감은 목조건축의 가능성을 한 단계 확장했다”고 평했다.

Photo. Kalle Kuohia
라이투리는 규모가 크고 복합적 기능을 지닌 건물임에도, 도시와 사람에게 닫혀 있기보다는 열린 장소에 가깝다. 건물의 1층과 로비 일부는 시민과 관광객에게도 개방되어 있으며, 바닷가 산책로와 연결성 또한 자연스럽게 고려되어 있다. 건물이 도시적 시설을 제공하는 동시에 공공 장소로서 기능 한다는 점이 이번 수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Photo. Kalle Kuohia

이렇듯 라이뚜리는 도시, 환경, 사람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는 방식으로 올해의 선택을 받았지만, 나머지 세 후보작 역시 각각의 영역에서 현재 핀란드 건축이 고민하는 문제들을 담아낸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최종 후보작 이었던 나머지 세개의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핀란디아홀 개보수 프로젝트는 알바 알토 건축의 상징성과 역사를 존중하면서, 현대적 기능과 기술적 요구를 수용하는 섬세한 작업이었다. 건물 외부의 하얀 대리석은 전면 교체 되었고 내부의 기술 설비가 대폭 업그레이드 되면서, 이 건물은 앞으로도 수십 년간 도시의 문화적 중심으로 기능할 수 있게 되었다. 심사위원단은 개보수가 “문화유산 건축이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생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Photo. Tuomas Uusheimo
메안데르(Meander) 주거 개발 프로젝트는 미국 건축가 스티븐 홀(Steven Holl)이 2006년 설계 공모에서 당선 되며 시작된 긴 여정의 결과물이다. 구불구불한 곡선형 건물은 기존 건물의 낮은 높이를 시작점으로 하여 주변 고층 건물 쪽으로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형태를 취한다. 좁은 부지 조건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주거 품질과 조형미를 확보 했다는 점에서 ‘인필 개발(infill development)의 모범 사례’로 불렸다.

Photo. Angel Gil
부오사리 바이오에너지 난방 발전소는 산업 건축이 기능과 기술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도시적 존재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프로젝트였다. 경사 콘크리트 구조는 고딕 성당의 부벽을 연상 시키며, 산업 시설 특유의 구조물이 조형적으로 배열되어 인상적인 풍경을 만든다. 이 발전소는 산업 건축에서도 미적 아름다움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용기 있는 메시지를 전한 작품이었다.

Photo. Max Plunger
2025년, 핀란드 건축이 선택한 가치
올해의 최종 수상작이 까따야노깐 라이뚜리로 결정되었다는 사실은, 핀란드 건축계가 지금 무엇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바라보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건축이 도시의 풍경에 어떻게 기여하는가, 사람의 감각을 어떻게 감싸는가, 재료의 지속가능성과 미감을 어떻게 조화 시키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답을 라이뚜리가 내놓았기 때문이다. 도시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서 부드럽게 빛을 받아들이는 이 건물은, 건축이 기술적 성취 이상으로 ‘도시의 태도’를 보여주는 매체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핀란드 건축계를 대표하는 2025 핀란디아 건축상 수상작 ‘까따야노까 라이뚜리’를 중심으로 북유럽 건축의 구조·조형·기능을 분석했습니다.
기사원문링크>
https://www.designdb.com/?menuno=1283&bbsno=5132&siteno=15&act=view&ztag=rO0ABXQAOTxjYWxsIHR5cGU9ImJvYXJkIiBubz0iOTkxIiBza2luPSJwaG90b19iYnNfMjAxOSI%2BPC9jYWxsPg%3D%3D#gsc.tab=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