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more
업사이클링은 더 이상 한정된 친환경 실험이 아닌, 새로운 소재 가능성을 탐구하는 디자인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브랜드 PESCE(페셰)는 사용이 끝난 당구대 원단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일상과 산업 현장으로 다시 연결하며 업사이클링의 새로운 사례를 보여준다. 당구대 원단은 반복적 마찰과 충격을 견디도록 설계된 고내구성 소재다. 공이 구르고, 큐대가 닿으며 생인 흔적들은 원단에 고스란히 남아 있고, 이는 동일한 표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업사이클링 소재만의 독특함을 보여준다. 페세는 이러한 물성을 그대로 드러내어 선명한 블루 컬러의 워크웨어 자켓으로 재탄생시켰다. 유행을 따르지 않는 클래식한 워크웨어 실루엣 위에 소재가 가진 시간의 흔적과 기능성을 결합한 것이다.
이미지 출처 : https://pesce.co/
당구대 원단은 크게 A지와 C지로 구분된다고 한다. A지는 울 혼용률이 높은 고급 원단으로 양복용 원단과 유사한 특성을 지니며, C지는 폴리에스터 중심의 혼방으로 군복이나 작업복에 사용되는 원단과 비슷한 내구성을 갖는다. 당구 산업 특성상 이 원단들을 일정 주기로 반드시 교체되며, 여전히 충분한 성능을 유지한 채 폐기된다. 페셰는 이 점에 주목해서,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기능성과 스토리를 모두 갖춘 소재를 다시 일상과 현장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다.
이미지 출처 : https://pesce.co/
페셰의 이우열 대표는 이삿짐용 깔판으로 판매되던 당구대 천을 우연히 접한 것을 계기로 업사이클링 가능성을 발견했다. 숄더백 제작을 통해 소재의 강도와 심미성을 확인한 뒤, 워크웨어 자켓, 모자, 파우치, 백팩, 에코백, 서빙보드 커버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친환경 굿즈가 아닌, 실제 사용 환경을 고려한 기능 중심의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이미지 출처 : https://pesce.co/
이미지 출처 : https://pesce.co/
이미지 출처 : https://pesce.co/
특히 페셰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일반 소비자용에 그치지 않고, 월드미트메이커스(WMM)와 연계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동하는 메이커들에게 워크웨어 유니폼을 납품했다. 업사이클링 원단이 패션을 넘어 실질적인 산업 현장 유니폼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다.
이미지 출처 : https://pesce.co/
브랜드의 근간에는 ‘바다’가 있다. 페셰는 2020년 설립 초기부터 해양 쓰레기 문제에 주목하며 비치클린 활동을 지속해 왔다. 서핑을 즐기는 이우열 대표는 친구들과 시작한 작은 비치클린 활동을 SNS로 공유했고, 현재까지 5년 넘게 이어지는 자발적 환경 행동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행동주의적 태도는 브랜드의 제품, 콘텐츠, 공간 디자인 전반에 일관되게 반영된다.
이미지 출처 : https://pesce.co/
10월 성수동 커먼그라운드에서 진행한 팝업 스토어 역시 브랜드 철학을 공간으로 구현한 사례다. 당구대 원단의 업사이클링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형 팝업으로, 총 400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완전 조립식 구조물을 사용했다. 행사 종료 후 전면 해체되어 다음 전시에 재활용되는 구조로, 공간 자체 또한 폐기물 없이 완성되도록 설계했다.
이미지 출처 : https://pesce.co/
국내에서 연간 3,000개 이상 열리는 팝업 스토어가 대부분 일회성 구조물과 인쇄물로 폐기물을 남기는 현실 속에서 페셰는 나무 팔레트, 폐타이어, 재사용 합판을 활용한 모듈형 팝업 구조를 2022년부터 실험해 왔다. 조립과 해체가 가능한 완전 조립식 파빌리온은 “폐기물 없이도 팝업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디자인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이미지 출처 : https://pesce.co/
페셰는 업사이클링을 소재의 재사용에 국한하지 않는다. 제품, 유니폼, 공간, 행동까지 연결하며 지속가능성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제안한다. 당구대 원단이라는 전례 없는 소재 선택은 업사이클링 디자인 영역을 확장하는 동시에, 기능성과 철학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참고 자료
PESCE : https://pesce.co/
PESCE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pesce.co/
기사원문링크>
https://www.designdb.com/?menuno=1432&bbsno=1716&siteno=15&act=view&ztag=rO0ABXQAOTxjYWxsIHR5cGU9ImJvYXJkIiBubz0iOTkwIiBza2luPSJwaG90b19iYnNfMjAxOSI%2BPC9jYWxsPg%3D%3D#gsc.tab=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