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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광고 카피를 쓰고 AI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시대가 왔습니다. 완벽한 문법, 최적화된 해시태그, 데이터가 증명한 '이상적인' 콘텐츠들이 넘쳐납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 초, 성수동 꽃집 ‘비틀즈뱅크’의 인스타그램에 이런 포스팅이 올라왔습니다. “손님 이곳은 꽃집입니다. 정말 춤만 추고 가신다면 뭐랄까. 당황스러워요”라는 자막과 함께 손님과 사장이 같이 춤을 추는 꽃집의 CCTV 영상이죠. 좋아요 7.5만 개가 달린 이 포스팅을 보면 묘한 기분이 듭니다. 완벽하지 않고, 전문 촬영도 아니고, 화질도 안 좋은 영상에 사람들이 열광한 겁니다.
업사이클링 브랜드 ‘니울’의 대표는 댓글마다 직접 답하며 “저희 완벽하게 친환경적이진 않아요”라고 솔직하게 말합니다. 패션 브랜드 ‘세터’의 대표는 인스타그램 전용 휴대폰을 따로 쓰면서까지 고객과 소통합니다. 완벽한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사람들은 오히려 ‘불완전한 솔직함’을 찾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답은 두 가지 변화의 교차점에 있습니다. 하나는 ‘마케팅을 간파하는 똑똑한 소비자의 등장’이고, 다른 하나는 ‘완벽함으로 가득 찬 AI 시대의 피로감’입니다. 광고를 광고로 인식하면서도 즐길 줄 아는 세대가, 완벽한 콘텐츠에 지쳐 ‘진짜 사람의 흔적’을 찾고 있습니다.
AI가 만든 피로감, 그리고 불완전함에 대한 갈증
지금의 20~30대는 태어날 때부터 광고 속에서 자랐습니다. 유튜브 5초 스킵, 인스타그램 #광고 해시태그, 숏폼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성장한 이들은 "이건 나한테 뭔가 팔려는 거구나"를 본능적으로 알아챕니다. 광고인지 파악하는 데 3초면 충분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죠. 흥미로운 건 그다음입니다. 광고인 줄 알면서도 끝까지 보는 경우가 많아졌거든요. 여기서 결정적 차이가 드러납니다. ‘광고임’(투명한 콘텐츠)과 ‘광고 같음’(불투명한 콘텐츠)의 차이입니다. 전자는 신뢰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계속 보게 만들지만, 후자는 즉시 이탈을 유발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AI 기술의 발달로 완벽한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사람들은 ‘인조적인 완벽함’에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잘 만들어져서 오히려 가짜 같다’, ‘공감이 안 간다’는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한 거죠. 심리학에서는 이를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거의 완벽한데 뭔가 이상하면 오히려 더 큰 거부감을 느끼는 겁니다. 이제 사람들은 완벽한 콘텐츠보다 ‘진짜 사람이 만들었다’는 증거를 찾습니다. 오타도, 말을 더듬는 습관도, 삐뚤어진 카메라 앵글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그게 진짜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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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완벽하지 않아요’라는 솔직함 투명성과 불완전함의 힘
니울(NIUL)은 폐플라스틱 병뚜껑으로 키링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브랜드입니다. ‘Nothing Is Useless(쓸모없는 것은 없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죠. 대부분의 브랜드가 완벽한 친환경 스토리를 만들 때, 니울은 정반대로 갑니다. “저희는 완벽하게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제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고 니울의 제품들도 버려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수익의 일부를 나무 심기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니울 예솜 대표의 이 솔직한 고백은 오히려 신뢰를 만들어냈습니다. 완벽한 스토리가 아니라 솔직한 고민을 보여준 겁니다. "완벽하지 않지만 노력한다"는 이야기는 완벽한 카피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예솜 대표는 “처음 영상을 올릴 때 판매 목적이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올렸다”고 말합니다. 니울러(팬)들과의 소통이 브랜드 유지의 8할이라고 강조하죠. 댓글마다 직접 답변하고, 제작 과정의 고민과 시행착오를 그대로 공유합니다. 자동 답변이 아닌 진짜 사람의 답변이고, 템플릿이 아닌 그때그때의 진심입니다. 덕분에 인스타그램 개설 4개월 만에 팔로워 4.7만 명을 달성했고, 제품 오픈 후 12분 만에 전 제품이 완판됐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고객 참여도입니다.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병뚜껑을 기부하기 시작했고, 2023년 기준 300kg 이상이 모였습니다. 나인트리 호텔에서는 투숙객이 병뚜껑 3개를 모아오면 니울 키링을 증정하는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완벽한 스토리텔링은 잠깐의 감동을 줄지 몰라도, 불완전한 솔직함은 오래 가는 공감을 만듭니다.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욕구를 만들죠.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순간, 사람들은 그 브랜드의 편이 됩니다.
대표가 직접 나서는 이유 템플릿이 아닌 진심 보여주기
패션 브랜드 세터(SATUR)는 창업 2년 만에 100억 원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초창기의 비결은 단순합니다. 손호철 대표가 직접 소통한 겁니다. 자동화된 응대가 일반화되는 시대에, 세터는 정반대 전략을 택했습니다. 손호철 대표는 인스타그램 전용 휴대폰을 따로 쓸 정도로 고객 소통에 집중합니다. 매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다”며 제작 과정을 업데이트합니다. 실수도, 고민도, 시행착오도 그대로 보여줍니다. 완벽하게 편집된 브랜드 스토리가 아닌 ‘진행 중인 현실’을 공유하는 거죠. 그가 마케팅 레퍼런스로 BTS를 꼽았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빅뱅은 일방통행이지만, BTS는 소비자와 눈높이를 맞춰 소통합니다. 소비자가 위를 올려다보게 하는 게 아니라 편하게 볼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는 재구매율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봅니다. “인스타그램에 세터가 얼마나 태그되었는지도 보지만, 재구매율이 진짜 중요합니다” 세터의 초기 전략은 더 인상적입니다. “신규 고객 유치보다 기존 고객 한 명에게 절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접근했습니다. 직접 제품을 운전해서 갖다 드리기도 했어요” 효율적이지 않지만, 진심이 담긴 방식입니다. 2024년 상반기 매출은 300억 원 이상으로 전년 대비 150% 증가했고, 재구매율은 45%를 달성했습니다. 업계 평균 30%를 훨씬 넘는 수치예요. 2024년 말 기준 오프라인 매장 24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시스템은 효율을 만들지만, 불완전한 진심은 관계를 만듭니다. 느리지만 진짜입니다.
성수동 꽃집 비틀즈뱅크의 이야기는 더 흥미롭습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바이럴 확률이 높은’ 콘텐츠를 만드는 게 일반적인 시대입니다. 하지만 비틀즈뱅크의 성공은 예측 불가능했습니다. 처음에는 지인이 춤만 추고 꽃은 안 사갔다는 컨셉 영상을 올렸습니다. 사장님이 댓글로 “춤 추면 꽃 줘요” 같은 농담을 던졌고, 실제로 손님들이 춤을 추러 방문하기 시작한 겁니다. 다양한 춤 챌린지 영상이 만들어졌고, 조회수는 수십만에서 백만을 넘나들었습니다. 한 영상은 좋아요 6.5만 개를 기록했죠. 완벽한 기획에서 나오지 않은 요소들이었습니다. 즉흥적인 아이디어(어? 이거 재밌겠는데?), 오글거림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실패할 수도 있는데 일단 해보는 실험 정신, 그리고 손님들과의 자연스러운 케미입니다. 카메라 앵글이 삐뚤어져도 괜찮았고, 손님이 춤을 못 춰도 그게 오히려 더 재밌었습니다. 2024년 5월 더 현대 서울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는 대성공이었습니다. 꽃 성수기에 진행된 이 이벤트는 SNS에 자발적 인증샷을 폭증시켰습니다. ‘꽃집 춤’은 하나의 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완벽하게 계산된 바이럴 공식이 있습니다. 트렌드 사운드 사용, 최적 영상 길이, 해시태그 최적화. 그런데 이렇게 만든 콘텐츠는 대부분 평범하게 묻혀버립니다. 반면 즉흥적 유머 ‘춤 추면 꽃 줘요 ㅋㅋ’는 문화 현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완벽한 기획은 ‘성공 확률 80% 콘텐츠’를 만들지만, 불완전한 즉흥은 ‘0% 아니면 1000%’ 콘텐츠를 만듭니다. 바이럴은 후자에서 나오는 법이죠.
AI를 쓰되, 인간미는 필수다기술과 인간미의 조화
그렇다면 AI를 쓰지 말아야 할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AI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문제는 AI ‘만’ 쓰는 것입니다. 핵심은 AI를 활용하되, 그 위에 인간미를 입히는 겁니다. ‘정서불안 김햄찌’는 이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70만 팔로워를 보유한 이 캐릭터는 AI 이미지/영상 생성 도구로 만들어집니다. 매끄럽고 완성도 높은 비주얼의 햄스터 캐릭터죠. 하지만 사람들이 열광하는 건 AI 이미지 때문이 아닙니다. ‘오늘도 불안한데 운동은 해야 하고’, ‘야식 먹고 싶은데 참아야 하나’, ‘월요일이 또 왔네’ 같은 소재가 핵심입니다. AI가 만든 완벽한 영상에 운영자가 직접 쓴 공감 가는 일상적 내용이 결합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게다가 AI로 만들었지만 실제 회사 공간을 연상시키는 소품들을 재현한 배경, 햄찌가 영상에서 음식을 먹으면 빨개지는 코 등의 ‘디테일’, 음성 변조를 했지만 직접 녹음한 대사들도 감탄을 자아내는 요소입니다. 2025년 말 기준 정서불안 김햄찌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28.3만 명, 유튜브 구독자는 64.1만명입니다. AI가 영상을 만들지만, 그 뒤에는 상황을 기획하며 디테일을 주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이 그대로 구독자들에게 전달됩니다. AI를 쓰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AI를 쓰되, 거기에 사람의 흔적을 남기라는 겁니다. 정서불안 김햄찌의 운영자는 AI 사용을 숨기지 않습니다. (물론 숨기기도 어렵겠지만요) 그리고 ‘자신이 실제 겪은 일을 재구성했다’, ‘자신의 실제 직업은 디자이너다’ 등 어떤 현실을 어떻게 섞었는지도 이야기합니다. 이 점이 콘텐츠에 매력을 더합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불완전함이 각광받는 이유 왜 지금인가?
그렇다면 왜 지금 이 순간, 불완전한 콘텐츠가 각광받는 걸까요? 시대적 배경을 이해해야 합니다. AI 기술의 발달은 콘텐츠 제작의 문턱을 낮췄습니다. 누구나 완벽한 문법의 카피를 쓸 수 있고, 전문가 수준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완벽한 콘텐츠가 범람하게 됐죠. 하지만 역설적으로, 모두가 완벽해지자 사람들은 완벽함에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완벽한 콘텐츠는 감탄을 불러일으킵니다. ‘와, 잘 만들었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공감하기 어렵고, 관계를 맺기 어렵습니다. 반면 불완전한 콘텐츠는 다릅니다. ‘이 사람 나랑 비슷하네’, ‘이렇게 솔직해도 되는구나’, ‘나도 할 수 있겠는데?’ 같은 반응이 나옵니다. 니울의 ‘완벽하게 친환경은 아니에요’라는 고백, 세터 대표의 ‘시행착오 중이에요’라는 공유, 비틀즈뱅크의 ‘그냥 해봤어요’라는 솔직함. 이런 불완전함이 오히려 진정성으로 읽히는 시대입니다. 완벽함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불완전함은 차별화입니다. 템플릿으로 가득 찬 콘텐츠 속에서, 즉흥적 순간은 보석처럼 반짝입니다. 계산된 메시지가 넘쳐날 때, 솔직한 고백은 무기가 됩니다.
브랜드가 선택해야 할 것 완벽함보다 진정성
그렇다면 브랜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완벽함을 추구하던 관성에서 벗어나, 불완전함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완벽한 결과물만 보여주지 마세요. 고민하는 과정, 선택의 이유, 때로는 실수까지도 공유하세요. ‘데이터는 이렇게 말하지만 우리는 다르게 선택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클릭률을 높이려면 자극적인 제목을 쓰라’는 조언을 받았지만, ‘우리는 솔직한 제목을 선택했습니다’라고 밝히는 겁니다. 이런 투명성이 오히려 신뢰를 만듭니다.
니울은 ‘완벽하게 친환경은 아니에요’라고 말했고, 세터는 ‘시행착오 중이에요’라고 공유했으며, 비틀즈뱅크는 ‘그냥 해봤어요’라고 솔직했습니다. 완벽을 추구하는 순간, 수많은 완벽한 콘텐츠 중 하나가 될 뿐입니다. 불완전함을 받아들이세요.
대표가 직접 나서거나(세터), 제작 과정의 고민을 공유하거나(니울), 즉흥적 반응을 보여주세요(비틀즈뱅크). 브랜드에 명확한 사람의 목소리가 있을 때 고객들은 더 쉽게 공감하고 관계를 맺습니다. 완벽한 브랜드 이미지보다 불완전한 사람의 흔적이 더 강력합니다.
병뚜껑 기부 캠페인(니울), 댄스 챌린지(비틀즈뱅크), 제품 개발 과정 공개(세터)처럼 말이죠. 고객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브랜드를 함께 만드는 참여자가 될 때, 진짜 팬이 됩니다. 완벽한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보다, 함께 만드는 과정에 초대하는 게 더 강력합니다.
자동 답변보다는 늦어도 진심 담긴 답변이 낫습니다. 템플릿을 활용하더라도 상황에 맞는 맞춤 답변을 한 마디라도 넣는 게 관계를 만듭니다. 효율보다 관계가 우선입니다. 과거의 마케팅은 더 많이 노출하고, 더 완벽하게 만들고, 더 효율적으로 자동화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더 솔직하게 말하고, 더 인간답게 실수하고, 더 느리지만 진심으로 소통하는 겁니다. 결국 인위적인 완벽함으로 가득 찬 시대의 역설은 이렇습니다. 콘텐츠가 완벽해질수록 사람들은 ‘불완전함’을 찾습니다. 마케팅이 정교해질수록 소비자는 '솔직함'을 원합니다. 모두가 템플릿을 쓸수록 우리는 '진짜 목소리'에 끌립니다.
당신의 브랜드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이 글을 읽는 마케터와 대표님들께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의 브랜드는 완벽한 결과만 보여주고 있나요, 아니면 고민하는 과정도 공유하고 있나요? 불완전함을 인정할 용기가 있나요? 실제 사람이 만든다는 게 느껴지나요? 대표나 팀원의 ‘목소리’가 들리나요? 오타나 실수가 나와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나요? 고객과의 소통은 템플릿인가요, 진심인가요? 자동 답변 대신 직접 답하고 계신가요? 완벽함을 추구하는 도구는 많습니다. 하지만 그 도구로는 할 수 없는 게 있습니다.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새벽에 고객 DM에 답하고, ‘이거 재밌을 것 같은데?’ 하는 직감으로 실행하고, 실수하고 사과하고 함께 웃는 것. 바로 이것이 완벽함으로 가득 찬 시대의 무기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느려도 괜찮습니다. 오글거려도 괜찮습니다. 진짜 사람이 만들고, 진짜 사람이 소통하고, 진짜 사람이 책임지는 브랜드. 그것이 완벽함으로 가득 찬 시대에 살아남는 브랜드입니다.
당신의 브랜드에는 ‘사람’이 보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