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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를 알 수 있는 플라스틱이 있다면 어떨까? ‘Nikome Mate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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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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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를 알 수 있는 플라스틱이 있다면 어떨까? ‘Nikome Material’


 All Images ⓒ Nimousak
 
최근 소재 산업에서는 친환경을 키워드로 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과 재활용 소재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건축과 제품 디자인 분야에서도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과제가 됐다. 기업들은 석유 기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대체 소재를 개발하고 있으며, 디자이너들 역시 제품과 공간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소재의 환경적 영향을 중요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친환경 소재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논의는 탄소 저감 효과나 재활용률, 바이오매스 함유율과 같은 성능 지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소재가 얼마나 친환경적인지를 수치로 설명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정작 그 소재가 어디에서 왔고 누구에 의해 생산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우리가 식재료를 고를 때 생산지와 생산자의 정보를 확인하듯, 소재 역시 원료의 출처와 생산 과정을 알 수 있다면 어떨까. 일본 니가타에서 발표된 바이오매스 소재 브랜드 ‘Nikome Material’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단순히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친환경 소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의 얼굴이 보이고 지역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소재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비식용 쌀인 ‘자원미(資源米)’와 벼농사의 부산물인 왕겨를 활용해 개발된 Nikome Material은 소재의 환경 성능뿐 아니라 생산 배경과 지역성을 함께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식재료처럼 출처를 알 수 있는 소재를 통해 사람과 재료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려는 시도다.
 
 
브랜드명인 Nikome에는 ‘두 번째 쌀’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식재료로 소비되는 것이 쌀의 첫 번째 역할이라면, 소재로 활용되는 것은 또 다른 가능성이라는 생각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먹는 쌀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의 농업 자원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또 다른 특징은 원료의 출처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Nikome Material에 사용되는 자원미와 왕겨는 모두 니가타시에서 생산되며, 어떤 농가에서 재배되었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인 플라스틱이 생산 과정을 알기 어려운 익명의 산업 소재라면, Nikome Material은 식재료처럼 생산자와 생산 지역을 인식할 수 있는 소재를 지향한다.
이는 일본의 식품 산업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생산 이력 관리 개념을 소재 영역으로 확장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개발팀은 소재 역시 출처와 생산 과정을 알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이야기가 사용자와 소재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물건에 대한 애착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정’ 개념을 소재 디자인으로 번역하다
Nikome Material이 흥미로운 이유는 소재를 구분하는 방식에 있다. 일반적인 바이오 플라스틱이 바이오매스 함유율이나 물성 차이를 중심으로 설명되는 것과 달리, Nikome Material은 쌀 문화에서 익숙한 백미·오분도미·현미의 개념을 소재 디자인에 적용했다. 쌀을 도정하는 정도에 따라 색과 질감이 달라지는 것처럼, 소재 역시 쌀과 왕겨의 배합 비율에 따라 서로 다른 표정을 갖도록 설계한 것이다.

소재는 크게 세 가지 타입으로 구성된다. 

   >  HAKU는 백미를 중심으로 구성된 타입이다. 백미가 소재화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따뜻한 색감을 지니며, 세 가지 라인업 가운데 가장 밝고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  5-BU는 쌀과 왕겨를 균형 있게 배합했다. 과도하게 밝거나 어둡지 않은 중성적인 표정이 특징으로, 소재 본연의 자연스러운 질감과 활용성을 동시에 갖춘 타입이다.
   >  GEN은 왕겨 비율을 높인 타입으로, 섬유질과 입자감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세 가지 가운데 가장 유기적이고 거친 질감을 보여주며, 자연 소재에 가까운 질감을 느낄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차이가 단순한 색상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쌀과 왕겨 입자가 표면에 그대로 드러나며, 소재마다 조금씩 다른 질감과 표정을 만들어낸다. 균일함을 추구하는 일반 플라스틱과 달리, 자연물이 가진 미세한 흔들림과 불규칙성이 오히려 소재의 매력으로 작용한다. 단순히 친환경 원료를 사용한 바이오 플라스틱이 아니라, 원료의 특성과 지역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소재로 기능한다. 쌀이라는 익숙한 문화적 요소를 소재 디자인 언어로 풀어냈다는 점 또한 재미있는 요소이다.
 

 

Nikome Material은 단순히 시각적인 표현에 머무르지 않는다. 소재에 얼굴을 가까이 대면 은은한 쌀 향을 느낄 수 있으며, 표면에서는 쌀과 왕겨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입자감이 손끝으로 전달된다. 플라스틱이라는 단어가 주는 차갑고 인공적인 이미지와 달리, 사용자는 시각과 촉각, 후각을 통해 원료가 가진 자연의 흔적을 경험하게 된다. 최근 소재 디자인 분야에서는 물성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바라보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기능을 수행하는 재료가 아니라, 만지고 보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감각을 전달하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Nikome Material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소재를 하나의 감각적 매개체로 해석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더욱 흥미로운 이유는 소재 개발을 환경 문제에만 한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료로 사용되는 ‘자원미(資源米)’는 식용이 아닌 산업용 품종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노동력으로 재배할 수 있어 고령 농가나 생산성이 낮은 농지에서도 지속적으로 경작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일본 농촌에서는 고령화와 후계자 부족으로 인해 휴경지와 경작 포기지가 증가하는 것이 중요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Nikome Material은 이러한 상황에서 비식용 쌀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한다. 식재료로 소비되지 않는 쌀을 산업 자원으로 활용함으로써 농지에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만들고, 농업과 제조업을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친환경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소재 생산 과정을 지역 농업과 연결해 농지를 유지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환경 문제와 농업 문제, 지역 경제를 각각 별개의 이슈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 구조 안에서 연결하고 있다는 점이 Nikome Material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인테리어 마감재용 타일
 
소재의 역할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현재 Nikome Material은 건축과 인테리어 분야를 중심으로 활용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벽면 마감용 타일과 가구 표면재, 전시 집기 등 다양한 공간 소재로 사용할 수 있으며, 사출성형을 통한 제품 개발도 가능하다. 또한 니가타시에 문을 연 ‘Nikome Material Lab.’에서는 실제 소재 샘플과 프로토타입을 체험할 수 있으며, 건축가와 디자이너,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Nikome Material은 친환경 소재 개발 사례인 동시에, 소재가 지역과 산업, 그리고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특히 생산자의 얼굴이 보이는 식재료 개념을 소재 디자인으로 확장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앞으로의 소재 디자인은 성능과 환경성뿐 아니라, 어떤 지역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까지 함께 전달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관련 사이트
https://prtimes.jp/main/html/rd/p/000000001.000181696.html


기사원문링크>
https://www.designdb.com/?menuno=1283&bbsno=5205&siteno=15&act=view&ztag=rO0ABXQAOTxjYWxsIHR5cGU9ImJvYXJkIiBubz0iOTkxIiBza2luPSJwaG90b19iYnNfMjAxOSI%2BPC9jYWxsPg%3D%3D#gsc.ta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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