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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월 6일부터 16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에르메스(Hermès)의 인터랙티브 팝업〈Mystery at the Grooms’〉는 일반적인 브랜드 전시와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브랜드의 역사를 설명하지 않고 관람객을 하나의 이야기 속 탐정으로 초대했기 때문이다.
이번 팝업은 에르메스(Hermès)의 승마 헤리티지에서 출발한다. 1837년 파리에서 마구와 안장을 제작하는 공방으로 시작한 에르메스에게 말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브랜드의 기원과 다름없다. 하지만 전시는 이러한 배경을 연대기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마부의 집에 있던 말들이 사라졌다’는 설정 아래, 관람객이 직접 단서를 찾고 공간을 탐험하도록 구성했다.

에르메스(Hermès)는 2024년 서울에서 개최한〈Hermès in the Making〉을 통해 브랜드를 대표하는 장인 정신을 소개한 바 있다. 당시에는 장인들의 제작 과정을 공개하며 오브제가 완성되기까지의 기술과 시간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반면 이번〈Mystery at the Grooms’〉는 관람객의 '참여'를 중심에 둔다. 브랜드의 역사와 제품을 설명하기보다는 하나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직접 발견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입장과 동시에 관람객은 QR코드를 통해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다이닝룸, 팬트리, 세탁실, 기숙사 등 저택의 여러 공간을 이동하며 숨겨진 말을 찾는 미션이 주어진다. 제한된 시간 안에 단서를 발견하고 장치를 작동시키는 과정은 전시 관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방 탈출 게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각 공간에는 마부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배치되어 있어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고 몰입감을 높이는 장치가 된다.






흥미로운 점은 브랜드가 공간 전체에 존재하면서도 결코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가죽 제품, 실크, 테이블웨어와 같은 에르메스의 오브제들은 전시품처럼 진열되지 않고 이야기 속 공간을 구성하는 소품으로 자연스럽게 배치된다. 관람객은 제품을 보기 위해 공간을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브랜드의 공예와 디테일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잎서 열렸던 상하이와 뉴욕 전시 역시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어 크게 화제를 모았다. 상하이 전시는 에르메스의 16개 메티에(métiers)를 소개하며 브랜드의 다양한 제작 분야를 체험형 공간 안에 녹여내었다. 뉴욕에서는 관람객이 여섯 개의 방을 탐험하며 단서를 수집하는 구조를 통해 브랜드 경험과 놀이를 결합했다. 세탁실의 말 모양 건조기나 침실 속 숨겨진 장치처럼 공간 곳곳에 배치된 요소들은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예상치 못한 발견을 유도했다.


이번 팝업에서 주목할 점은 브랜드가 제품 설명보다 '경험 설계'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전시 공간에는 별도의 판매 공간이 마련되지 않았으며, 관람객은 상품 구매가 아닌 게임과 탐험 자체를 목적으로 공간을 이용한다. 브랜드는 이야기와 공간, 상호작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에르메스의〈Mystery at the Grooms’〉는 브랜드의 역사와 제품을 단순히 보여주는 대신 하나의 놀이로 전환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관람객은 탐정이 되어 공간을 탐험하고, 그 과정에서 에르메스의 헤리티지와 장인정신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된다. 제품을 설명하는 대신 이야기를 만들고, 관람객을 관람자가 아닌 '참여자'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최근 브랜드 경험 디자인의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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