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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의 TAKEO PAPER SHOW, 하라 켄야가 다시 종이를 말하는 이유

  • Date

    202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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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의 TAKEO PAPER SHOW, 하라 켄야가 다시 종이를 말하는 이유

 

All Images ⓒ TAKEO Co., Ltd.

디지털 시대, 하라 켄야가 다시 종이를 이야기하는 이유

디자이너에게 종이는 가장 익숙한 소재다. 스케치를 시작하는 백지이자 인쇄물을 완성하는 바탕이고, 브랜드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패키지이며, 손끝으로 가장 먼저 감각하는 물성이다.하지만 디지털 제작 환경이 일상이 된 지금,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오히려 그 존재를 의식하지 않게 된 재료이기도 하다.

 

일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하라 켄야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했다.

 무인양품(MUJI)의 아트디렉터이자 『디자인의 디자인』, 『백(白)』 등을 통해 디자인의 본질을 꾸준히 탐구해온 그는, 올해 50회를 맞은 TAKEO PAPER SHOW의 주제로 의외의 키워드를 선택했다. 바로 '축(祝)'과 '예(礼)'다. 전시 제목에 등장하는 '축(祝)'은 경사와 기쁨을 함께 나누는 행위를, '예(礼)'는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와 의례를 의미한다. 하라 켄야는 이 두 개념을 통해 종이가 단순히 정보를 담는 재료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전하고 관계를 이어주는 문화적 매개체였음을 이야기한다. 얼핏 소재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두 단어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오래전부터 중요한 순간마다 종이를 사용해왔다. 결혼식 청첩장과 축의봉투, 선물을 감싸는 포장지, 편지와 카드, 제례와 의례에 사용되는 종이 장식까지. 기쁨을 표현하고 존중의 마음을 전하는 순간마다 종이는 늘 곁에 있었다. 결국 종이는 정보를 담는 매체를 넘어 감정과 예의를 형태로 드러내는 디자인 도구였던 셈이다.

 

 

TAKEO PAPER SHOW는 일본의 종이 전문기업 다케오가 1965년부터 이어온 디자인 전시다.

그래픽디자이너와 패키지디자이너, 아트디렉터에게는 새로운 종이를 소개하는 행사이면서 동시에 시대마다 종이를 바라보는 관점을 제안해온 플랫폼이기도 하다. 초기의 페이퍼쇼는 파인페이퍼의 질감과 색, 인쇄 적성을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이후에는 패키지, 타이포그래피, 가공, 환경, 기술 등 종이를 둘러싼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단순한 소재 전시를 넘어 디자인 담론을 생산하는 장으로 성장했다. 50회라는 상징적인 이정표에서 하라 켄야가 던진 질문은 의외로 단순했다. '우리는 왜 중요한 순간마다 종이를 선택하는가.' 그는 축을 인간의 기쁨이 밖으로 드러나는 순간으로, 예를 그 감정을 상대에게 아름답게 전달하는 태도로 해석한다. 축이 감정이라면 예는 형식이다. 그리고 종이는 그 감정과 형식을 연결해 온 가장 오래된 디자인 매체였다. 이번 전시는 새로운 종이를 발표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종이라는 물질이 오랫동안 인간의 문화와 감정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다시 읽어보는 과정에 가깝다.

 



 

종이를 다시 배우는 경험

전시는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섹션인 '크리에이션(CREATION)'에는 그래픽디자이너와 아티스트, 장인, 서예가, 엔지니어, 작가 등 18개 팀이 참여한다. 흥미로운 점은 참여자의 직업보다 서로 다른 사고방식이다. 같은 '축과 예'라는 주제를 공유하지만 누군가는 종이를 접는 행위에 집중하고, 누군가는 표면의 질감과 구조를 통해 감정을 시각화한다. 하나의 소재가 얼마나 다양한 해석을 품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두 번째 '인카운터(ENCOUNTER)'에서는 종이를 처음 만나는 것처럼 바라보게 만든다. 길이 7m에 이르는 수제 종이, 섬유의 결이 살아 있는 종이, 존재감이 희미할 정도로 얇은 종이, 정밀한 기술로 생산된 파인페이퍼까지 서로 다른 물성을 한 공간에 모았다. 이름이나 용도를 설명하기보다 먼저 만지고 바라보며 차이를 느끼게 하는 구성이다.

세 번째 '인핸스먼트(ENHANCEMENTS)'는 가공 기술에 초점을 맞춘다. 커팅과 형압, 특수 인쇄 같은 기술은 단순히 종이를 장식하는 과정이 아니다. 평면이 입체로 변하고, 종이가 직물이나 금속처럼 느껴질 만큼 전혀 다른 인상을 만들어낸다. 종이는 인쇄를 위한 바탕이 아니라 가공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물성으로 진화하는 디자인 재료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지막 '더 크리에이터(THE CREATOR)'에서는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를 공개한다. 어떤 종이를 선택했고, 어떤 가공을 시도했으며, 실패를 어떻게 수정했는지까지 담아낸다. 결과물보다 과정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최근 디자인 전시의 흐름을 반영한 구성이다.

 

 

종이는 여전히 디자인의 출발점이다

이번 전시는 종이를 과거의 재료로 바라보지 않는다. 재활용 펄프와 버진 펄프를 통해 자원의 순환 구조를 소개하는 한편, 최신 파인페이퍼와 다양한 인쇄·가공 기술을 함께 선보이며 오늘날에도 소재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일부 전시 작품은 실제 제품으로 제작·판매되어 아이디어가 전시를 넘어 일상으로 이어지는 가능성까지 제시한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디자인 환경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시대일수록 물성이 지닌 가치는 오히려 더욱 선명해진다. 질감과 무게, 접히는 감각, 빛을 머금는 표면은 화면만으로는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하라 켄야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재료의 기능보다 그 존재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사람의 감정을 담고 관계를 이어주며 문화를 축적해 온 종이를 통해 디자인의 출발점을 되돌아보자는 제안이다. 50회를 맞은 TAKEO PAPER SHOW는 새로운 종이를 소개하는 전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익숙해 잊고 있던 재료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게 하는 자리다. 그리고 그 질문은 오늘날의 디자이너에게도 그대로 이어진다. 우리는 종이를 단순한 인쇄 재료로 바라보고 있는가, 아니면 사람의 경험과 감정을 설계하는 하나의 디자인 요소로 이해하고 있는가.

 

 

 

다케오(TAKEO)

다케오(TAKEO)는 1899년 창립한 일본의 종이 전문기업으로, 일본 디자인 산업과 함께 성장해 온 대표적인 파인페이퍼 브랜드다. 창립 초기에는 서양 종이의 수입·유통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했으며, 1950년대부터는 질감과 색감을 중시한 파인페이퍼(Fine Paper)의 연구·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후 국내외 제지회사와 협력해 새로운 제지 기술을 도입하는 한편, 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들과 함께 창의적인 표현을 위한 소재로서 종이의 가능성을 꾸준히 확장해 왔다. 또한 쇼룸 '견본첩 본점(見本帖本店)'과 온라인 플랫폼 '다케오 견본첩 온라인', 다케오 아카이브(TAKEO Archives) 등을 운영하며 종이 문화의 저변을 넓히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관련 사이트
https://www.takeopapershow.com/


기사원문링크>
https://www.designdb.com/?menuno=1283&bbsno=5231&siteno=15&act=view&ztag=rO0ABXQAOTxjYWxsIHR5cGU9ImJvYXJkIiBubz0iOTkxIiBza2luPSJwaG90b19iYnNfMjAxOSI%2BPC9jYWxsPg%3D%3D#gsc.ta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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